[이코노카페]“경유차 괜히 샀다”

  • 입력 2006년 7월 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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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한다. 속이 터진다. 정부정책에 뒤통수 맞았다. “어서 어서, 좀” 권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서민 쌀독 긁어 정부 곳간 채우나…. 경유세 인상 관련 본보 기사에 쏟아진 반응들입니다. 총리님 장관님들은 경유차 안 타시죠?》

정부에서 경유에 붙는 세금을 올리는 바람에 영세사업자 등 서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기사가 본보에 보도되자 반향이 컸습니다. ▶본보 6일자 A13면 참조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2000건이 넘는 댓글이 붙었습니다. 재정경제부 홈페이지 자유발언대 코너에도 500여 건의 글이 쇄도했습니다. 모두 분통을 터뜨리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자가 받은 e메일 가운데 특히 2명의 독자가 보낸 글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홍현철 씨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포클레인으로 자영업을 하시는 아버지의 자식입니다. 소형 건설장비로 자영업을 하는 분들은 유류보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해 많이 힘듭니다. 하루 일해 봐야 20만 원 안팎의 일당을 받으시는데요. 포클레인을 현장까지 싣고 가는 5t 트럭의 기름값과 하루 종일 일하는 데 드는 기름값이 10만 원을 넘습니다.”

그는 “아버님이 그나마 불경기로 쉬는 날이 많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독자 배광웅 씨는 “차량 유지비를 아껴 보려는 잘못된 선택으로 2년 전에 경유차를 산 걸 후회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작년부터 기름값이 하도 올라 차량 운행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유차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환경개선부담금을 매년 15만 원씩 냅니다. 사용하지 않아 오염물질을 배출하지도 않는데 환경개선부담금을 내는 건 문제 아닌가요.”

배 씨는 “환경오염 문제를 들어 경유가격을 또 올리는 건 이중과세”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불만들을 그냥 ‘이기주의적 행태’로 몰아붙일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들의 흥분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부 정책 때문일 겁니다.고통을 받는 건 휘발유를 쓰며 고급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아니라 L당 50원 인상으로 발발 떨고 있을 서민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경유차 타라고 할 땐 언제고 소비가 늘어난다고 세금을 늘리나요? 경유차를 쓰는 정부 관리는 몇이나 될까요. 환경? 혹시 세수(稅收)를 늘리려는 궁색한 변명 아닌지….

참고로 기자는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을 몰고 있습니다. 휴∼. 정부가 죄악시하는 경유차를 사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네요.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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