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10돌 맞는 코스닥의 빛과 그늘

  • 입력 2006년 6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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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일이면 만 10세 생일. 덩치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크다. 하지만 체력은 약해 빠진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바로 코스닥시장 이야기다. “한국 미래 성장의 주역이 될 벤처기업에 자금 조달의 젖줄이 되겠다”며 1996년 7월 1일 출발한 코스닥시장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성공한 시장으로 정착했다. 다른 나라 기술주 증시와 달리 하루 2조 원이 넘는 돈이 오가는 ‘살아있는 시장’이다.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한 많은 벤처기업이 코스닥시장을 통해 활동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곳엔 작전세력이 많다. 유행에 따라 등락이 심하다. ‘묻지 마 투자’도 여전하다. 단순히 ‘성장통’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심각한 그림자란 평가다.”

○나스닥 다음으로 성공한 시장

코스닥시장과 비슷한 성격의 영국 테크마크, 일본 자스닥, 싱가포르 세스닥 등은 거래가 거의 되지 않거나 문을 닫은 ‘죽은 시장’이다.

하지만 코스닥은 건재하다.

1996년 300여 개 기업으로 출발한 이후 5월 말 현재 928개 기업이 등록돼 있다. 50년 된 거래소시장의 상장기업이 700여 개인 것과 비교할 때 ‘괄목상대(刮目相對)’라고 할 만하다.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하루에 오가는 돈은 평균 2조 원으로 거래소시장(4조 원)의 절반 수준. 시가총액(주가×주식 수)은 62조 원이다. 벤처기업들은 이곳에서 4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물론 상장기업 3151개에 시가총액 3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나스닥시장에 비해서는 아직 왜소하다. 하지만 나스닥은 1971년 2월생이다.

○테마에 너무 민감

그러나 코스닥의 체질은 허약하다.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유행에 따라 심하게 출렁인다. ‘바이오’ ‘조류인플루엔자(AI)’ ‘엔터테인먼트’ ‘와이브로’ 등의 테마가 지난해 코스닥시장을 무대로 활개를 쳤다.

‘줄기세포’가 뜬다 하면 수많은 기업이 줄기세포 관련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뒤 ‘나도 줄기세포주’라고 공시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내용도 모른 채 몰려들었다. 그러다 ‘황우석 사태’ 이후 대부분 줄기세포 관련 기업임을 스스로 부인하는 공시를 내는 촌극을 벌였다.

2000년 실체 없는 ‘정보기술(IT) 거품’을 통해 뼈아픈 경험을 했지만 학습효과도 없이 많은 투자자는 불나방처럼 다시 테마주로 몰려든다.

이처럼 유행에 민감한 이유는 ‘한탕’을 꿈꾸는 개인투자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5월 말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코스닥시장 매매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한 비중은 96.73%에 이른다.

○정보 얻을 통로가 없다

구조적인 요인도 있다.

투자자들이 ‘카더라’ 소문에 투자한다고 비판받지만 실은 코스닥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통로가 막혀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코스닥 기업 보고서를 거의 내지 않는다. ‘분석하기 힘들 정도로 요지경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공시제도를 악용해 ‘성사되지 않은 호재’를 슬쩍 흘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위원은 “아는 사람만 아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하다 보니 주가를 띄우려는 ‘작전’이 많고 정치권 관련 ‘게이트’가 터지면 대부분 코스닥 기업이 연관돼 있다”고 꼬집었다.

시장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시장에는 거래소 상장기업의 협력업체가 많아 거래소의 ‘2부 리그’로 평가받는다”며 “나스닥의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처럼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꿀 대형 스타 기업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평가했다.

정체성이 모호하다 보니 엔씨소프트 등 많은 기업이 코스닥을 버리고 거래소로 옮겨 가기도 했다.

○수준미달 기업 퇴출해야

법과 제도는 늘 현상이 나타난 뒤 이를 뒤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시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전보다는 퇴출 기준이 강화됐지만 아직도 수준 이하의 기업이 버젓이 존재한다”며 “퇴출 기준을 더 강화하지 않으면 코스닥시장은 한탕을 노리는 ‘로또 시장’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나스닥은 2004년 말 3229개이던 상장기업이 지난해 말 3164개로 줄었다. 많이 진입하는 만큼 퇴출도 엄격하다는 뜻이다. 반면 코스닥 기업은 퇴출이 많지 않은 가운데 같은 기간 890개에서 918개로 늘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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