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敗 체인점’은 따로 있었네…프랜차이즈 가맹점 분석

  • 입력 2006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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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45) 씨는 대기업에서 부장까지 지내다 2004년 퇴직해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차렸다.

퇴직금에다 친지의 투자금까지 더해 7억 원에 이르는 거금을 쏟아 부었다.

“대기업 계열 브랜드여서 최소한 망하지는 않겠다”고 판단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곧 사그라졌다. 이익은커녕 시간이 갈수록 손해만 늘어난 것.

건강 바람이 불면서 패스트푸드의 인기가 시들어가는 것을 모르고 덤볐던 게 화근이었다.

주변의 경쟁 점포를 간과한 것도 문제였다.

김 씨는 “유명 브랜드를 맹신한 게 잘못이었다”고 털어놨다.

취업난과 명예퇴직 등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찾는 예비 창업자가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시장 규모는 2002년 41조 원에서 지난해 61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세심한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가맹점 많을수록 광고효과 높아

광운대 임영균 경영학과 교수와 대한상공회의소 임복순 감사팀장은 12일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의 가맹점 폐점률 분석’ 보고서에서 “잘되는 프랜차이즈는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폐점률은 2004년 한 해 동안 폐점한 가맹점을 2004년 초 가맹점 점포 수로 나눈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문 닫은 곳이 많다는 뜻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업종에 따라 폐점률은 큰 차이를 보였다.

자동차수리업과 부동산업, 장난감 대여 등 유아 관련 업종은 폐점률 0%를 자랑했다.

이에 반해 인쇄 관련 업종(37.5%), 제과점(11.6%), 슈퍼마켓 등 식품소매업(5.6%) 등은 상대적으로 문닫을 확률이 높았다.

또 가맹점이 많을수록 유리했다.

가맹점 51∼100개의 폐점률은 4.7%였다가 101∼500개 수준이 되면 2.9%로 떨어졌다.

임 교수는 “가맹점이 많을수록 광고 효과가 높고 표준화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직영점 수, 투자금액도 따져 봐야

프랜차이즈 운영업체가 직영하는 점포 수도 장사에 영향을 미쳤다.

직영점이 없는 프랜차이즈는 폐점률이 3.9%인 반면 11∼50개 이하인 업체는 0.7%로 실패할 확률이 낮았다.

그러나 51개 이상은 4.6%, 101개 이상은 6.0%로 직영점이 50개를 넘어서면서 폐점률이 높아졌다. 이는 직영점 수가 늘어나면서 가맹점 관리가 소홀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초기 투자 금액이 △7500만 원 이하 1.9∼4.6% △7501만 원 초과∼5억5000만 원 이하 0% △5억5001만 원 이상은 28.6%로 투자액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

○ 김 씨의 투자가 잘못된 이유

폐점률 분석 보고서를 토대로 하면 김 씨의 투자에는 문제가 많았다.

그가 투자한 업체의 가맹점이 700개나 돼 안정적인 규모(101∼500개)로 볼 수 있었으나 초기 투자에 7억 원이라는 큰돈을 쏟아 부은 것이 나빴다.

또 직영점 수가 101개 이상인 것도 이상적인 규모(1∼50개)와 비교할 때 문제가 됐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일반 자영업에 비해 실패할 확률이 낮지만 본사가 도산하면 자체 운영이 어려워 투자비를 날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임 교수는 “폐점률 하나만으로 프랜차이즈 업체의 안정성을 평가하기 어렵지만 옥석을 가리는 지표로 활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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