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감사원 ‘BIS비율 6.16%’ 진실게임

  • 입력 2006년 4월 1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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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기는 과정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조작이나 과장이 있었는지를 둘러싸고 감사원과 금융감독원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감사원은 금감원 간부가 부하 직원에게 BIS 비율을 낮추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중간 결론을 내렸고 금감원은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감사원과 금감원의 ‘진실게임’ 양상이지만 금감원의 반박에는 허점도 노출되고 있다.

○금감원, 감사원 발표 적극 반박

감사원은 10일 “금감원 이곤학 은행검사1국 수석검사역이 갖고 있던 외환은행 BIS 비율 전망치 9.14%를 쓰려고 했는데 백재흠 검사1국장이 외환은행에서 받은 6.16% 자료를 쓰라고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금감원 고위층이 실무자에게 BIS 비율 조작 압력을 넣었다는 뜻이어서 파장이 컸다.

하지만 금감원 김중회(金重會) 부원장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특정인물이나 고위층의 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백 국장은 “9.14%는 2003년 1분기(1∼3월) 실적을 근거로 전망한 것이어서 반기(1∼6월) 실적을 토대로 다시 전망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신 자료로 바꾸라는 의미였지 의도적으로 낮은 BIS 비율 전망치를 만들라는 뜻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금감원-외환은행, BIS 비율 조율

이 수석검사역의 주장에 따르면 2003년 7월 16일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 송현도 사무관이 전화로 “25일 금감위 비공식 간담회가 열리니 외환은행의 경영상황과 BIS 비율 전망치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수석검사역은 곧바로 외환은행 허모(작년 8월 사망) 차장에게 자료를 요청했으며 연말 BIS 비율을 5.4%로 전망한 e메일을 받았다.

5.4%는 하루 전인 15일 재정경제부 금감위 모건스탠리 등의 관계자가 참석한 대책회의에서 이강원(李康源) 당시 행장이 보고했던 내용이다.

이 수석검사역은 “근거가 부족하니 다시 보내 달라”고 요청했고 2차례 더 e메일을 받았다. 21일에는 “근거서류를 남겨야 하니 팩스로 보내 달라”고 부탁해 ‘의문의 팩스’ 5장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BIS 비율은 5.4%→5.25%→6.06%→6.16%로 바뀌었다.

금감원은 6.16%가 담긴 팩스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22일 금감위에 전달했다. 금감위는 25일 비공식 간담회를 열어 이 보고서를 근거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잠정 승인했다.

○금감원 윗선의 외압은 없었나

감사원은 금감원이 반발하자 11일 “이 수석검사역은 6.16%는 근거가 없으니 9.14%를 그대로 쓸 것을 주장했다. 그런데 백 국장이 6.16%를 보고 ‘그 정도면 됐다. 상관없으니 집어넣어라’고 지시했다”고 재차 반박했다.

9.14%는 금감원이 직접 검증한 수치지만 6.16%는 외환은행이 보내 온 수치로 감독당국의 검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 수석은 ‘곤란하다’고 했는데 백 국장이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감사원 발표가 사실이라면 검증되지 않은 BIS 비율 추정치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근거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백 국장은 “당시 금감위에 보낸 보고서가 외환은행 매각에 사용되는 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금감위 간담회의 주제가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문제였고 백 국장이 직접 외환은행 경영상황을 보고했는데 ‘회의의 성격과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론스타의 인수 무효화될 수 있나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불법과 비리가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매각 계약의 효력에 대해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계약 무효론’의 근거는 외환은행 매각의 결정적 근거가 됐던 BIS 비율이 조작돼 무자격자가 인수했으므로 취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덕수의 김형태(金亨泰) 변호사는 “금감위가 대주주 적격성을 승인하는 절차가 금융산업의 공공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BIS 비율 조작은 계약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승인의 전제조건이었던 BIS 비율에 문제가 있다면 승인을 취소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

하지만 BIS 비율이 조작 또는 과장됐더라도 외환은행의 매각계약은 민법상의 법률행위이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더구나 론스타가 직접적으로 불법을 저질렀다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무효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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