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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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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그건 너무 진부한 표현이네요.”
이도훈(43) 제일기획 이벤트팀 국장과 얘기하다 보면 그가 창의력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벤트의 콘셉트는 인간의 뇌와 같습니다. 뇌에서 신경이 신체 각 부위로 전달돼야 몸이 작동하죠. 그러고 보니 씨앗과도 비슷해요. 씨앗에서 나무가 자라고 전체 숲이 만들어지잖아요.”
이 국장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삼라만상과 비견해 설명하기를 즐긴다. 그래야만 창의력이 길러진다고 한다. 그의 비유는 끝이 없다.
“맛있는 사과는 먹고 나서도 여운이 남듯 이벤트도 볼거리만 많으면 안 되고 메시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중대한 국가 행사의 이벤트 기획을 도맡아 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문화 공연,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식, 2004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축구대회 개막식이 모두 그의 몫이었다.
이 밖에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 등 크고 작은 국내외 행사까지 합치면 그의 손길이 닿았던 이벤트는 100여 개에 달한다.
이 국장은 22일 ‘APEC 2005 코리아’ 유공자 포상식에서 국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공로로 대한민국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APEC 행사 때는 키워드 선정에 가장 진땀을 흘렸다.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한참을 고민한 그는 회원국 정상들이 매년 태평양을 가로질러 개최국으로 가는 것에 착안했다. 키워드는 ‘across the ocean(대양을 가로질러)’. VIP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란 브랜드를 어떻게 홍보할지를 고민했죠. 물론 키워드를 그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IT코리아’를 보여 준답시고 무작정 전자제품 들고 뛰어나올 수는 없잖아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91년 제일기획에 입사했다. 2년 동안 그래픽 디자인을 하다가 종합예술을 해보고 싶어 이벤트팀에 자원했다.
창의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도 남다르다. 취미는 책이든 영화든 닥치는 대로 ‘섭렵’하는 것. 단순히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왜 저렇게 표현했을까’를 항상 집요하게 생각한다. 훈련을 거듭하면 뜻하지 않게 작품의 이면을 보게 된다고 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수첩에 적고 컴퓨터에 옮긴다. 지금도 자신의 컴퓨터에는 ‘My idea bank(나의 아이디어 모음)’라는 폴더가 있다.
공연기획자로서 그는 날씨의 변덕이 제일 무섭다고 했다.
“지난해 청계천 행사를 기획했을 때 전날까지 비가 억수같이 오다가 신기하게도 행사 당일에는 하늘이 맑게 개더군요. 그래서 이 바닥에는 종교를 새로 갖는 사람이 많습니다.”
비유법은 어김없이 따라왔다. ‘어미 무덤 떠내려가는 걸 걱정하는 청개구리의 심정’ 같았단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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