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외환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

  • 입력 2006년 3월 23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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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이 23일 하나금융지주와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을 제치고 외환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됐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는 이날 오전 인수의향서에 서명한 뒤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공동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외환은행 매각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밝혔다.

이 기자간담회에는 국민은행측에서 강정원 행장과 김기홍 수석부행장, 론스타측에서 엘리스 쇼트 본사 부회장과 유회원 한국대표가 참석해 각사 대표가 모두발언을 한 뒤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는 순서로 진행됐다.

강 행장은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지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으로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뱅크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양 은행은 앞으로 상호보완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국민은행이나 외환은행의 인력에 대한 감축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외환은행이 기업금융, 외환, 수출입금융 등에서 우수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고 이들은 아시아 선도은행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주주 및 고객이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그동안 KB국민은행은 국민, 주택, 장기신용, 대동, 동남은행 및 국민카드에 이르는 다양한 합병 과정을 거쳐 합병은행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며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원숙한 자세를 가져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강 행장은 "잠정 주당 인수가격은 1만5천400원으로 애초 입찰할 때 쓴 가격이고 그 가격이 바뀌지 않았다"며 "론스타 보유지분과 론스타가 콜옵션을 갖고 있는 코메르츠방크와 수출입은행 보유 지분 64.62%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 인수가격은 6조4천180억원이 되며 수출입은행의 6.25%, 한국은행의 6.12% 지분은 이번 매각에서 제외된다.

강 행장은 '론스타 세금 대납이 인수조건에 포함됐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네고할 때 나오지도 않았던 이슈"라고 부인했다.

그는 또 '독과점 문제와 관련해 법률자문이나 정부의 입장을 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하고 "본계약 후 통합은행의 미래에 대해 청사진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행장은 "인수자금은 자체자금으로 충분하다"며 "국내외 여러 투자자가 관심을 표명했으며 잠재적인 주주를 골라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행장은 이에 대해 "개인이나 소액투자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안 등 국내투자자를 우선시 하는 형태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쇼트 론스타 부회장은 "본계약은 감독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부분이고 정확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으나 여름쯤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쇼트 부회장은 "기밀 유지상 다른 입찰자가 얼마나 제시했는 지 밝힐 수 없으나(국민은행을 선정하는 데) 가격만 본 게 아니라 미래성장 가능성과 잠재력도 검토했다"며 "세금을 내야 한다면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민은행과 론스타가 공식 발표에 나섬으로써 우선협상대상자인 국민은행은 외환은행에 대해 사실상 독점적인 인수 협상을 진행하게 되며 최종 인수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국민은행과 론스타가 세부 협상에서 난항을 겪을 경우 우선협상대상자가 이후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외환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국민은행은 앞으로 외환은행에 대한 정밀실사에 착수해 이를 바탕으로 론스타와 최종적인 가격협상을 벌이게 된다.

가격협상이 타결되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각대금을 지급하면 거래가 종결된다.

최종 계약과 동시에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매각 대금이 실제로 론스타에게 건네지기까지 최소 2~3개월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타 상황에 따라 일정이 다소 지연될 수도 있다.

한편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이날 오전 외환은행 사내 방송을 통해 "전날밤 국민은행선정을 통보받았다"고 전한 뒤 "매각 후 1년간 (은행명을 그대로 유지한 채) 독자적 자회사로 운영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웨커 행장은 강 행장과 고용보장에 합의했다고 밝히고 "앞으로 매각 후 1년간 국민, 외환은행이 함께 실무작업반(TF)을 구성하고 통합작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해 아시아 최우수 은행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DBS 인수를 지지해온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국민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최악의 결과'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금융감독위원회가 DBS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전에 사실상 탈락시키는 내용의 발표를 한 것은 론스타를 서둘러 내보내기 위해 스스로 존립 근거를 무시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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