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들 기존 이미지 벗고 “토털패션” 잇단 선언

  • 입력 2006년 3월 14일 03시 03분


코멘트
#질문1: ‘쌤소나이트’는….

답: 튼튼한 여행가방 브랜드.

#질문2: ‘몽블랑’은….

답: ‘사장님’들이 즐겨 쓰는 만년필 브랜드.

거의 ‘정답’이다. 지금도 쌤소나이트는 가방, 몽블랑은 만년필 브랜드의 대명사이니까.

그런데도 두 회사는 각각 가방, 만년필의 대표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방과 만년필을 넘어 ‘패션 명품기업’으로 한 계단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다. 가방과 만년필은 오늘의 두 회사를 있게 한 효자상품이지만 지금은 변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 쌤소나이트…여행가방을 넘어서

“튼튼하다는 장점 때문에 우리 가방 하나 사면 다들 10년 이상씩 씁니다.”(쌤소나이트코리아 서부석 대표)

미국 업체 쌤소나이트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9억300만 달러(약 903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96년 전통의 가방 전문 제조회사.

성경에 나오는 장사 ‘삼손’에서 이름을 따왔을 만큼 견고함과 실용성이 회사의 성장 동력이었다. 그러다보니 패션과 프리미엄 이미지와는 거리가 조금 멀게 됐다.

쌤소나이트의 변화는 사람과 제품, 유통 등 모든 분야에서 진행됐다.

2004년 루이비통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마르첼로 보톨리 씨가 미국 본사 CEO로 영입된 데 이어 패션 명품 브랜드 로에베 출신 수석 디자이너 크웨인 매케이 씨가 디자인을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것.

한국 법인의 서 대표도 샤넬, 프라다, 발리 마케팅 출신의 패션 마케터다.

서 대표는 “기존의 명성만으로는 변화하는 미래에 대처할 수 없다”며 “기존의 ‘튼튼한’ 가방 이미지를 패션 명품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블랑…만년필을 넘어서

‘몽블랑에서 귀고리를 산다?’

몽블랑도 ‘변신’ 중이다. 몽블랑은 까르띠에, 클로에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드 그룹 소속으로 올해로 탄생 100년이 된 고급 만년필 브랜드. 기업의 임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만년필 중 하나라는 ‘명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 때문에 몽블랑은 감성 소비를 중요시하는 여성 고객에게는 철저하게 외면 받고 있다. 패션 시장의 ‘큰손’ 고객인 여성의 외면은 몽블랑의 최대 약점이었다. 몽블랑은 지난해 10월 고급 주얼리 라인을 새로 선보였다. 국내 첫 시판 행사 때 이나영 씨 등 인기 연예인을 초대하는 등 홍보에 크게 신경을 썼다고 한다.

몽블랑은 회사 창립 100년을 맞아 올해 여성용 주얼리 라인과 패션 가죽 제품 등을 내놓고 토털 패션 명품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전략이다.

몽블랑을 수입하는 유로통상의 송지영 대리는 “각종 여성 관련 행사를 후원하는 등 여성에게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박정현 연구원은 “같은 제품이라도 ‘패션’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부가가치는 달라진다”며 “예를 들어 쌤소나이트 가방도 ‘패션’이 들어가면 교체 주기가 빨라져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