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소주업계 “바꿔야 산다”

  • 입력 2006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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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 주세요.” “처음처럼요.”

요즘 술집에서 소주 애호가들에게서 흔히 듣는 소리다.

공교롭게도 최근 진로의 ‘참이슬’ 리뉴얼 제품과 두산의 ‘처음처럼’이 나란히 출시됐다.

소주 시장은 전통적으로 브랜드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참이슬의 브랜드 리뉴얼은 1998년 처음 출시된 뒤 이번이 4번째다. 알코올 도수를 21도에서 20.1도로 낮췄다. 디자인의 핵심은 긍정적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시각적 효과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브랜드 로고를 키우고 기존 대나무 이미지를 세련되고 간결하게 표현했다. ‘펀(Fun)’ 요소로 특수잉크를 사용해 마시기 좋은 온도가 되면 두꺼비 형상이 부각되도록 했다.

‘참眞이슬露’의 브랜드 파워는 업계의 전설로 여겨진다. 대나무 숯 여과 공법과 기업 이름을 절묘하게 부각시킨 이 브랜드는 출시 6개월 만에 1억 병을 돌파하는 최단 기간 판매기록을 세웠다. 2002년 이 브랜드 하나로 1조 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지역 시장점유율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두산이 ‘산’에 이어 5년 만에 내놓은 ‘처음처럼’은 알코올 도수 20도에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했다. 3개의 네이밍 업체와 사내 공모를 통해 제시된 브랜드 후보는 무려 350여 개. ‘아하’ ‘단비’ ‘새날’이 경합을 벌이다 ‘처음처럼’이 낙점됐다.

‘처음처럼’은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름이다. 네 글자로 부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의미가 크다는 점을 반영했다. 디자인에서는 신 교수의 붓글씨체를 상표에 그대로 사용했고 두산 측은 감사의 표시로 성공회대에 장학금 1억 원을 내놓았다. 1년 6개월에 걸쳐 제품 콘셉트, 맛 테스트, 디자인에 대해 31회의 조사를 실시했다.

‘하이트’의 성공은 주류 시장은 물론 국내 BI사에서 가장 극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이트는 1993년 기존 브랜드 ‘크라운’을 버리고 당시 사명 조선맥주를 노출시키지 않은 가운데 천연 암반수라는 청정 이미지를 내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하이트는 맥주 시장에서 40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이후 회사 이름도 ‘더 하이트’로 바뀌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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