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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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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도로 여건상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 속도 높이면 교통사고 늘어난다
속도는 교통사고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속도가 빨라지면 사고가 났을 때 사망 확률이 높아지고 부상 정도도 커진다.
미국은 1990년대 각종 도로의 최고 제한속도를 시속 55마일(약 85km)에서 65마일(약 104km)로 높였다. 기존 속도 규정이 1920년대에 만들어져 현재의 차량 성능이나 도로 관리 능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결과는 사망사고 15∼35% 증가로 나타났다.
스위스는 반대로 1994년 고속도로 최고 제한속도를 시속 130km에서 120km로 낮춰 사망사고를 12% 줄였다. 스웨덴도 시속 110km에서 90km로 낮춰 사망사고를 21% 줄였다.
제한속도 상향론자들은 차량 성능이 크게 향상됐고 도로가 좋아졌다는 점을 내세운다.
국내 자동차 안전실험은 신차평가프로그램(NCAP) 기준에 따르는데 ‘시속 56km로 달릴 때’가 기준이다. 이 속도를 넘어 주행하다 충돌사고가 나면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도로 여건도 서해안고속도로나 남해고속도로 등 최근 개통된 곳을 제외하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30년 전 설계된 경부고속도로 대전∼김천 구간은 일반 운전자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설계 속도가 고작 시속 80km다.
명지대 김홍상(金鴻祥·교통공학과) 교수는 “현재 도로 구간에서는 시속 100km 제한속도가 너무 낮은 곳도 있고 시속 100km로 달리는 것조차 위험한 곳도 있다”며 “속도를 현실화할 수는 있겠지만 일률적으로 제한속도를 높이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 선심정책이 사고 부른다
한국은 최근 10년 동안 4차례 특별사면을 실시했다. 1995년 ‘광복 50주년 기념 특별사면’ 이듬해 교통사고는 6.5% 늘었다. 1998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취임기념 사면 후엔 사고가 15% 증가했다.
2002년 월드컵과 지난해 광복 60주년 사면 후에도 어김없이 교통사고가 늘었다.
사면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운전대를 잡게 된 사람이 많고 ‘교통사고를 내도 언젠가 사면 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법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약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계적으로 교통사범을 대거 사면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일준(張日駿) 수석연구원은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정부 이후 교통사범에 대한 사면이 전혀 없었고 프랑스는 2002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교통사고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교통사범에 대한 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교통사고율이 크게 낮아졌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교통사고율은 자동차 1만 대당 137건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울산 왜? 2004년 교통사고율 최저 도시…2005년 사망사고 증가율 최고▼
19일 오전 울산 북구 양정동 아산로 양정2교 위. 차량 운전자들은 이곳에 설치된 무인단속 카메라를 멀리서 보고는 브레이크를 밟아 제한속도(시속 80km) 이하로 달렸다.
원래 이곳에 설치된 카메라는 운전자의 눈을 속여 과속을 막기 위한 모형 카메라였다.
지난해 정부 지침에 따라 모형 카메라를 철거했지만 왕복 6차로인 이곳에서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지난해 12월 ‘진짜’ 카메라를 설치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이 지난해 10월까지 철거한 모형 카메라는 이곳을 비롯해 울산역 옆 여천교 위와 옥현 주공아파트 앞 신복고가차도 입구 등 모두 60대에 이른다. 하지만 철거 이후 교통사고가 급증하자 7곳에 진짜 카메라를 새로 설치했다.
현재 134곳에 진짜 카메라를 설치했으며 올해 추가로 8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2004년까지 교통사고율이 전국 최저 수준이던 울산은 지난해 교통사고가 급증했다. 손해보험사 집계 결과 울산은 2004년 4∼11월 교통사고로 51명이 사망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65명으로 14명(27.5%)이 늘어 전국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부상자도 2004년 1만5868명에서 지난해 1만8059명으로 13.8% 늘어 역시 증가율 전국 1위였다.
피해액 200만 원 이상의 대형 사고도 지난해 28.6% 증가해 사고 증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지역 실정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모형 카메라를 철거하도록 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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