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상담 1건… 은행 영업직원 죽을맛

  • 입력 2005년 10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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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이후 주택담보대출 신청이 10분의 1로 줄었습니다. 실적 채우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한 달째인 4일 서울 강남지역 은행의 대출 창구는 썰렁했다.

담보대출 건수와 금액이 가구별로 합산돼 제한되는 등 투기지역에서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뚝 끊긴 담보대출

주택담보대출은 8월부터 이미 줄어드는 추세였다. 특히 지난달 20일부터 투기지역에서 3채 이상 주택으로 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은 만기가 먼저 돌아오는 1건에 대해 1년의 유예기간 내에 반드시 갚아야 한다.

지난달 5일부터는 배우자나 30세 미만 가족 명의의 담보대출을 합산해 금액과 건수를 제한하고 있다.

국민은행 대치동지점 김주환(金周煥) 과장은 “7월까지 하루 2, 3건의 담보대출 상담이나 접수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고작해야 일주일에 1, 2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남지역에서 3채 이상의 주택에 대해 담보대출을 받은 사례는 많지 않다는 것.

하나은행 매봉지점 양재윤(梁在潤) 대리는 “만기가 다가오면 지점에서 전화로 먼저 알려주고 본점에서 안내장을 보내게 돼 있지만 최근 몇 주일 동안 한 건도 통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다른 관계자는 “투기 목적으로 대출받을 때 본인 명의로 몇 채씩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까다로워진 대출 절차

종합대책은 8월 31일 발표됐지만 3채 이상에 대한 담보대출이 제한된 것은 9월 20일부터다.

은행 간 전산망을 일부 통합해 고객이 담보대출을 받은 게 있는지 컴퓨터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하려고 늦춘 것.

전산망 통합으로 뭐가 변했을까.

본보 취재기자가 자신의 대출 현황을 화면으로 보니 금융회사 이름과 대출금액이 나오고 옆에 ‘Y’ 또는 ‘N’이라고 찍혔다. ‘Y’는 한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 가운데 담보대출이 1건 이상 포함됐다는 뜻. 이것이 화면상으로 볼 때 달라진 유일한 내용이다.

하지만 대출 절차는 거의 변화가 없다.

담보로 잡힌 주택이 투기지역에 있는지, 몇 채에 대해 대출을 받았는지, 전체 대출액에서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

대출 담당 직원들은 예전처럼 다른 은행에 전화를 하고, 고객에게 금융거래확인서나 가족의 신용 및 대출 정보에 관한 서류를 요청해야 한다.

우리은행 도곡스위트지점 최영복(崔榮福) 대리는 “투기지역 여부는 알기 어렵겠지만 대출이 몇 건인지만 나와도 업무가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담보대출 당분간 줄어들 듯

주택담보대출의 기준 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기준 금리도 4일 현재 연 5.94%(국민은행 기준)로 8월 29일에 비해 0.44%포인트 올랐다.

은행 관계자들은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 당분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은행들은 담보대출 대신 신용대출로 방향을 틀고 있다.

한 대출 담당 직원은 “만약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가 추가된다면 담보대출은 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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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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