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업의 현주소’ 철도공사 不實 자회사

  • 입력 2005년 9월 21일 03시 10분


한국철도공사가 작년 말 공사 출범을 앞두고 200여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11개의 자회사가 공사 간부 수십 명의 ‘낙하산 착륙지’였으며, 8개사는 적자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자회사는 사업영역이 중복돼 감사원의 퇴출 권고를 받았다.

건설교통부는 이런 철도공사에 대해 “자체 경영개선에 한계가 있으므로 매년 2000억 원씩 5년간 1조 원을 지원해야 한다”며 내년 예산부터 반영해 달라고 석 달 전 당정협의 때 건의했다. 건교부는 “고속철도 운영 부채 이자 등으로 매년 1조 원의 적자가 생기고 2010년이면 누적적자가 12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도공사와 그 자회사들의 방만한 경영은 문제 삼지 않았다. 철도공사에 줄 돈은 국민의 세금이다.

정부가 투자 또는 출자한 33개 공기업의 비효율·방만·부실 경영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부처들이 엄정한 관리감독을 외치지만 공기업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석유공사는 2002년 임금을 정부지침인 6%보다 훨씬 높은 24%나 올리고도 6%라고 허위로 보고했다. 29개 기관은 최근 5년간 법인세법상 접대비 한도를 856억 원 초과 지출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석유공사는 입사시험에서 직원 자녀에게 10%의 가산점을 주기도 했다.

지방정부도 중앙정부를 흉내 낸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거나 출자한 지방 공기업으로 작년 경영실적이 있는 307개 가운데 45%인 140개가 적자였다. 7년간 14조 원 이상을 출자했으나 배당은 0.3%뿐으로 ‘빈손 장사’에 그쳤다. 5개 도시 지하철공사의 적자는 무려 6005억 원이다. 이런 손실 역시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

민간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해당 기업은 망하고 경영진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반면에 공기업은 공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혈세를 펑펑 낭비하고도 살아 남는다. 그런데도 세계적 추세인 공기업 민영화가 한국에서는 노무현 정부 들어 사실상 중단 상태다. 공기업 개혁을 포기한 정권이 ‘개혁 정권’이라고 자칭하는 것은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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