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안개 걷힌 증시 ‘쨍’하고 해뜨나

  • 입력 2005년 9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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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말이 날개를 달았다.’ 20일 증시를 요약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6자회담이 타결된 영향으로 종합주가지수가 급등했다. 한국 경제와 증시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한국 할인(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최대 요인이 해소된 셈이기 때문. 최근 한국 증시가 풍부한 증시 자금을 바탕으로 최고치를 계속 깨고 오르는 중이어서 상승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4분기(10∼12월) 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축제 분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지수가 상승 탄력을 더 받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대북 경협주가 테마주로 등장하면서 시세 급변동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서는 반짝 상승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실적.》

○ 주가 상승에도 외국인은 팔았다

북한 핵이라는 잠재적 위험 요소가 사실상 사라졌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에 중장기적인 호재로 작용해 한국 증시의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외국인의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점이다. 이번 6자회담 타결을 계기로 외국인들이 대거 한국으로 몰려들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최근 미국 증시가 조정을 보이고 유럽 증시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일본 독일 등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경기가 하락에서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6자회담 타결의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들은 582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금까지 북한 핵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외국인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2003년 3월 17일 북한 전투기가 미국 정찰기에 접근했을 때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2.41포인트(4.17%) 떨어졌다. 이때 외국인들은 619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2002년 12월 23일 북한이 핵 봉인을 제거했을 때 주가는 18.06포인트(2.55%) 빠졌지만 외국인은 오히려 78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 대북 경협주 실적을 따져라

이날 북한 사업과 관련된 종목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발전설비 관련 종목인 선도전기, 광명전기, 금강산 샘물 사업을 진행 중인 태창, 개성공단에 입주한 신원, 비료 관련주인 남해화학, 경농, 조비 등은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다.

대북 사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아산 지분을 가진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는 동반 강세를 보였다.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혜택을볼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 관련주도 상승했다.

이들 종목은 6자회담 타결을 테마로 단기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테마주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건 곤란하다. 대북 경협주도 실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대북 사업은 투자 회수 기간이 긴 특징이 있기 때문에 기업 내용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며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처럼 투자 회수가 눈앞에 보이는, 실체가 있는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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