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경영]자동차 디자인, 또 하나의 엔진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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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펠라인 룩’고양이 눈이 연상되는 푸조의 헤드라이트. 펠라인 룩의 펠라인은 고양이를 뜻한다.
푸조 ‘펠라인 룩’
고양이 눈이 연상되는 푸조의 헤드라이트. 펠라인 룩의 펠라인은 고양이를 뜻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엔진 성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디자인이다. ‘패션’의 일부로 인식되기도 하는 자동차는 고가(高價)의 제품이어서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용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너무 유행에 민감해서도 곤란하다. 기능성과 안전성, 편의성 등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제약도 있다. 자동차의 디자인은 경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의 특징을 드러내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업체의 차를 보면 멀리서도 ‘어느 브랜드의 차’라고 금방 알 수 있는 것도 각 업체들이 고수해온 디자인 철학 때문이다.》

○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세계의 명차(名車) 브랜드들은 저마다 고유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독일 BMW의 ‘키드니 그릴’은 가장 유명한 자동차 디자인 가운데 하나다. BMW의 모든 차종에서 볼 수 있는 이 라디에이터 그릴은 신장(腎臟)처럼 생겼다고 해서 ‘키드니 그릴’로 이름 붙여졌다. 1931년 2인승 로드스터에 최초로 쓰인 이후 지금까지 BMW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2개로 나뉜 이 그릴과 듀얼 헤드라이트 덕분에 로고가 없어도 금방 BMW를 알아볼 수 있다.

지프의 앞모습도 특징이 있다. 둥그런 헤드라이트와 7개의 흡기구.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의 군용 차량으로 처음 개발된 뒤 60년이 넘게 이 디자인을 고수해 왔다.

이 밖에 볼보는 그릴을 가로지른 대각선이 특징이고 사브는 3부분으로 나뉜 그릴을 사용하는 등 유명 브랜드의 그릴에는 ‘정체성’이 숨어 있다.

프랑스의 푸조는 ‘펠라인 룩’으로 규정지어진다. ‘펠라인’은 고양이를 나타내는 말. 푸조가 생산하는 차들의 헤드라이트를 보면 마치 고양이 눈처럼 치켜 올라간 것을 알 수 있다. 1998년 ‘206WRC’ 모델 이후 푸조의 모든 차들은 고양이 눈을 가지고 태어났다.

뒷모습에도 특징이 있다. GM의 캐딜락은 직각으로 튀어 올라온 후미등 때문에 멀리서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1965년 이후 전통적으로 캐딜락을 상징하는 특징이 되고 있다.

재규어나 포르셰는 독특한 유선형의 옆 라인으로 디자인 전통을 지키고 있다.

BMW ‘키드니 그릴’ BMW의 상징인 2개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듀얼 헤드라이트.

르노삼성 ‘V 룩’ 전면 헤드라이트와 그릴 사이에 나타나는 V자 형태가 눈길을 끈다.

○ 한국 업체들도 디자인 경영 도입

최근에는 한국 업체들도 이런 경향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최근 ‘뉴 SM3’를 발표하면서 SM 시리즈의 ‘패밀리 룩’을 완성했다.

뉴 SM5, SM7에 이어 SM3로 이어진 이 패밀리 룩은 전면 헤드라이트와 그릴 사이에 나타나는 V자 형태가 특징. ‘SM 가족’을 나타내는 표시다.

르노삼성차의 모기업인 프랑스 르노그룹은 ‘지능’ ‘전망’ ‘관능’을 디자인 모토로 삼고 있다. 이 4가지를 한국적인 환경에 적용한 결과가 SM 시리즈의 디자인이라는 것이 르노삼성차 측의 설명이다.

현대 패밀리 룩 전조등과 후미등을 얇고 길게 처리해 간결한 이미지를 추구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9월 판매를 시작한 NF쏘나타와 올해 5월 내놓은 신형 그랜저에서 패밀리 룩을 선보였다. 전조등과 후미등의 모양을 상대적으로 얇고 길게 처리한 것은 두 차종 모두의 특징. 세계 유명 자동차 브랜드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특히 그랜저의 디자인은 중후한 면모를 강조하던 기존의 대형 세단과는 확실히 차별된다. 유럽 스타일의 간결한 이미지는 세계적인 디자인 경향이라는 것.

현대차 측은 이런 디자인 흐름이 11월 내놓을 산타페 후속 모델(프로젝트명 CM)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고유의 디자인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디자인 경영에는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14일 판매를 시작한 신형 베르나에는 쏘나타와 그랜저에서 볼 수 있는 패밀리 룩이 적용되지 않았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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