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경영]삼성-LG전자 “더 편하게 더 멋있게” 디자인 경쟁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06분


《“삼성의 차세대 핵심 전략은 디자인이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4월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 전략회의에서)

“앞으로는 글로벌 디자인 경쟁력이 브랜드 가치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이희국 LG전자 기술총괄 사장, 4월 ‘2007년 디자인 부문 글로벌 톱’ 선포식에서)

한국 전자 업계의 맞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자인에 쏟는 노력과 정성은 각별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고 명확하다. 디자인이 새로운 제품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디자인의 효과는 즉각적이고 파급력이 크다. 또 연구개발(R&D)을 위한 투자보다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도 훨씬 경제적이다. 그래서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핵심 경쟁력인 디자인에 온 힘을 쏟는 것은 회사의 생존과 맞닿은 문제로 여겨진다.》

○ 디자인 경영의 출발, 휴대전화

한국에서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한 신호탄은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애니콜’이다.

삼성전자가 2002년 4월 선보인 ‘이건희폰’(모델명 SGH-T100), 2003년 8월 내놓은 ‘벤츠폰’(SGH-E700)은 전 세계에서 각각 1000만 대 이상 팔렸다. 지난해 11월 시판된 ‘블루 블랙폰’(SGH-D500)도 지금까지 700만 대 이상 팔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제품의 성공은 모두 기능이 아닌 디자인의 승리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쟁 회사의 제품과 기능이나 성능은 비슷하지만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승부했다는 것. 가격도 경쟁 제품보다 30% 정도 비쌌지만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이 회장의 아이디어가 디자인에 반영됐다고 해서 이건희폰으로 불리는 T100은 작고 얇은 제품이 주류였던 시장의 트렌드를 ‘넓고 사용하기 편한’ 제품으로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벤츠폰과 블루 블랙폰은 담백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색상을 무기로 한 ‘명품’ 이미지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LG전자도 이에 맞서 새로운 디자인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5월에는 360도 회전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폰, 업앤드다운 슬라이드폰 등 차세대 전략 제품 6개를 한꺼번에 내놓고 삼성전자와의 디자인 경쟁에 불씨를 지폈다.

○ 액자형 에어컨… T자형 프로젝션 TV

디지털TV나 에어컨과 같은 가전제품 시장에서도 디자인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제품의 성능 차이는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가 좀 더 멋있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LG전자의 에어컨 ‘휘센’은 소비자들의 이런 성향을 제품에 잘 반영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하얀색에 박스형’이라는 기존의 획일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에어컨을 선보인 것. 미술 작품처럼 에어컨을 액자형으로 만들어 실내 인테리어에 어울리게 한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내놓은 벽걸이 TV처럼 생긴 디지털 광학 프로세서(DLP) 방식 프로젝션TV는 미국과 중남미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존 프로젝션 TV의 두꺼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T자형으로 디자인을 바꿔 얇게 만든 것이 주효했다.

미국인들이 피자를 즐겨 먹는 것에 착안해 앞부분을 둥근 모양으로 디자인해 내놓은 전자레인지, 모니터 지지대를 이중으로 접을 수 있게 만들어 물류비를 절반 이하로 줄인 이중 접이식 모니터 등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 국내외 디자인연구소 운영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기업으로는 드물게 국내외에 대규모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휴대전화와 디지털TV 에어컨 냉장고 등 모든 신제품을 여기서 디자인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1996년 “21세기 기업 경영은 디자인 같은 소프트 경쟁력이 최대 승부처”라며 디자인 경영을 선포한 뒤 꾸준히 디자인 개발에 힘써 왔다. 4월 밀라노 디자인 전략회의에서도 “전 계열사의 디자인 역량을 세계적인 명품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는 500여 명의 디자인 인력이 새로운 모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휴대전화의 경우 이곳에서 매년 400여 개의 모델이 만들어지지만, 실제 제품화되는 것은 130∼150개 정도. 나머지 모델은 ‘디자인 뱅크’에 저장된다.

이 밖에 미국 로스엔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일본 도쿄,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 이탈리아 밀라노에도 디자인 연구소를 두고 있다.

LG전자도 디자인 경영센터에 300여 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와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인도 뉴델리, 이탈리아 밀라노에 디자인 연구소를 두고 있다. 휴대전화 산업 디자인팀은 130여 명의 디자이너가 전 세계 120여 곳의 디자인 업체와 제휴해 일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말까지 해외 연구소를 중심으로 디자인 인력을 600명 선으로 크게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기술과 시장, 소비자들의 생활형태 분석 등을 통해 3∼5년 뒤의 미래 상품을 예측해 개발하는 ‘CNB(Creating New Business)’라는 전담팀도 운영하고 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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