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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1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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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에서 논술 및 구술면접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초등학생들도 독서와 토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논술은 글로, 면접은 말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 것인데 여기서 ‘자신의 생각’은 결국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한솔교육 전희정 팀장의 도움말로 초등학생을 위한 올바른 독서와 토론 방법을 알아봤다.
○ 아이가 좋아하는 소재 다룬 책이 좋아
책의 종류는 크게 동화책 등의 문학작품 그리고 정보를 담은 과학도서를 비롯한 비문학작품으로 구성된다.
일단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소재를 다룬 책이 좋다. 나무, 꽃, 풀 등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식물을 소재로 한 동화책이나 백과사전을 고른다.
단, 어떤 종류의 책을 고르건 생각할 거리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야 한다. 무엇인가를 가르치려는 의도가 빤한 교훈적인 이야기는 비판적으로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기 때문.
동화책 속 이야기가 시종일관 어디서 본 듯하고 판에 박힌 결말로 끝난다면 아이들은 감동을 받기 힘들뿐 아니라 토론할 내용도 없다. 그럴듯한 일이면서도 상상력과 새로운 시각이 나타나야 한다.
또한 흔히 비문학작품은 토론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비문학작품도 정보만 나열한 책이 아니라 어떤 주제, 소재에 대해 작가가 어떤 의도로 글을 썼는지가 뚜렷한 게 좋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글쓴이는 왜 이렇게 생각할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 질문하면서 읽으면 상상력 향상 도움
비판적 사고력은 다양한 질문을 통해 키워진다.
먼저 아이가 책을 읽을 때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부분에 밑줄을 그으면서 읽도록 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이유를 생각해 보도록 한다.
이 과정은 아이 스스로 작가의 의도를 해석하는 과정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다양성을 깨닫고 차이를 인정하는 것, 이것이 토론의 시작이다.
질문의 종류는 크게 사실적, 평가적, 사색적, 해석적 질문으로 나눌 수 있다.
사실적 질문은 말 그대로 책 속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잭과 콩나무’를 읽고 “잭이 괴물의 집에서 가져온 것은 무엇일까”와 같이 작품 내용을 묻는 것.
평가적 질문은 자신이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결정하는 질문으로 “잭처럼 모험을 하는 게 필요할까?” 등 주관적 판단을 요구한다.
사색적 질문은 아이가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 “잭이 모험을 끝내고 엄마와 함께 어떻게 살았을까?”처럼 정답이 없는 질문이 한 예이다.
마지막으로 해석적 질문은 아이가 이야기 속 사건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그것이 의미하는 내용을 검토하는 과정이다. “잭은 왜 괴물의 집에 세 번이나 갔을까?”는 잭의 세 번의 모험을 모두 생각하게 할 뿐 아니라 잭의 심정 변화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해석적 질문은 독자가 책의 모든 내용을 참고해 깊이 있는 사고를 하도록 돕는다.
이 네 가지 질문은 모두 의미가 있는데 사실에 대한 이해, 작가의 의도파악 및 논리 해석을 거쳐 나만의 상상력을 키워가는 과정이 서로 연결되기 때문.
하지만 처음부터 아이가 ‘스스로 질문하기’에 익숙해지기는 힘들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와 함께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갈수록 사실이나 상상에만 의존하는 질문보다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면서 책 속에서 논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있는 질문을 연습해야 한다.
아이가 만든 질문으로 가족 토론을 해도 좋은데 자신의 질문이 토론 주제가 된다는 사실이 아이에게 독서와 토론 동기를 유발한다.
부모가 토론 마무리에 “우리 ○○가 이 책에 대해 아주 중요한 질문을 해서 토론이 훨씬 재미있었네”라고 칭찬까지 덧붙인다면 금상첨화다.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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