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 경영]1등답게, 재미있게, LG답게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문화의 시대는 여성(Female) 감성(Feeling) 즐거움(Fun)이 세상을 이끄는 ‘3F 시대’라고들 한다. 이 핵심 키워드 중 즐거움을 경영 전략에 접목하여 1990년 초부터 미국에서 유머를 유도하고 직장 내 분위기를 활성화시켜 재미있는 일터로 만드는 ‘펀 경영(Fun management)’이 새로운 경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칭찬과 유머 문화에 익숙한 미국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펀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컨테이너 스토어’를 들 수 있다. 수납 공간이나 그와 관련된 상품을 파는 회사인 컨테이너 스토어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가정과 같은 회사’를 모토로 성장하여 포천지가 매년 선정하는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1위에 여러 차례 선정된 바 있다. 한국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펀 경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기업으로 LG전자가 있다. 디지털과 감성 시대에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LG전자는 2002년부터 ‘1등답게, 재미있게, LG답게’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펀 경영을 도입했다.

매월 셋째 주는 ‘스트레스 제로데이’. 매달 숫자판에 화살을 던져서 나온 5자리 숫자와 사번 5자리 숫자가 일치하는 사원에게 휴가와 상품권을 주는 ‘펀 데이’,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무작위 e메일 지령 ‘미션 임파서블’, 신입사원 감동 프로젝트 ‘신규입사 케어링(Caring) 프로그램’, 친목 도모 ‘알까기 최강전’, 영어학습 ‘English Ring the Golden Bell 퀴즈 대회’, 우수사원 포상 ‘열심히 일한 사우 떠나라’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재미있고 일할 맛 나는 일터 만들기에 주력했다.

이런 펀 경영이 LG전자의 기업 생산성을 얼마나 증가시켰는가에 대한 수치화된 결과는 없다. 하지만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 완화로 인한 효율성 증가를 비롯해 상사와 부하 직원의 관계 개선과 팀원들끼리의 단결을 가져와 팀워크를 증가시켰다는 점에서 임직원들에게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펀 경영은 신바람 나는 일터 만들기를 바탕으로 이런 조직문화가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에도 접목될 수 있도록 추구하는 경영전략이다. 창의력을 자극하는 조직 분위기를 조성하여 직원에게 먼저 재미를 주면 그 경험이 고객에서 전이돼 함께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LG전자의 즐거움의 강조는 일터에서뿐만 아니라 브랜드 영역까지 확대되어 제품의 콘셉트와 마케팅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젊고 ‘쿨한’ 신세대들을 겨냥하기 위해 LG전자는 대표 제품인 휴대전화 LG싸이언의 콘셉트를 ‘새로움(News)’과 ‘즐거움(Fun)’으로 잡고 브랜드 슬로건 ‘싸이언 아이디어’를 출범시켰다.

탤런트 원빈과 김태희를 모델로 기존 광고와는 달리 궁금증을 유발하는 ‘싸이언 아이디어 티저 광고’를 방영하고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연계해 ‘내가 생각하는 싸이언 아이디어의 의미는 무엇일까’를 타이틀로 활발한 온라인 프로모션 활동을 하는 등 고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고 엉뚱한 상상과 재미를 주어 LG전자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삶의 질을 중시 여기는 현대인들에게 즐거움이란 생활의 비타민 같은 것이다. 아무리 많은 금전적 보상이 따른다 해도 살벌하고 경직된 직장에서 일하길 원하지 않으며 그러한 환경에서는 직원들의 열정과 창의성을 이끌어 낼 수 없다.

김민성 산업정책연구원·브랜드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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