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 경영]출근 생각만 해도 미소짓게 만들어라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인간의 기본 욕구 중에는 ‘놀이’가 있다. 재미와 감동을 추구하는 본성인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호모루덴스(Homo ludens·노는 인간)가 중요한 정체성이다. 21세기 들어 정보화, 글로벌화, 민주화된 경제 환경이 확산되면서 20, 30대를 중심으로 한 신세대들은 놀이와 재미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식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는 기성세대가 일과 소속감을 통해 존재가치를 인식하던 것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제는 ‘일’과 ‘놀이’를 대등하게 생각하거나 놀이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리고 아예 일과 놀이가 혼재된 방식의 직업을 추구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펀 경영(Fun management)은 이러한 신세대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21세기는 ‘재미있는 직장’이 일류기업인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얼마를 벌 수 있나?’라는 개념에서 ‘그곳은 얼마나 재미있는 일터인가?’로 직장관이 바뀐 것이다.

미국 경영컨설턴트 톰 피터스는 기업에서 임원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짤 때 경영이론가만 초빙할 것이 아니라 마술사나 영화감독 또는 무용가 등도 부르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서 재미와 상상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엄숙한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을 이끌어 갈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혼다자동차의 기업문화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논다’다. 작업은 정해진 시간 내에 완수하되 시간 외 노동은 하지 말고 놀 때는 일단 신나게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혼다의 경영철학에는 ‘인간 존중’과 ‘세 가지 기쁨’이라는 것이 있다. 세 가지 기쁨이란 ‘만드는 기쁨’ ‘파는 기쁨’ 그리고 ‘사는 기쁨’이다.

다른 기업들이 ‘마른 헝겊도 비틀어 짜라’고 강조할 때 ‘신나고 재미있게 일하자’라는 기업문화를 통해 성과를 창출한 것이다.

미국에서 방송장비와 로봇 등을 생산하는 오데틱스의 경영자가 한 말은 펀 경영의 핵심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것이 즐겁지 않은 사람에게는 회사의 손익상태는 안중에 없게 된다. 인생은 직장생활의 재미를 경시해도 될 만큼 그렇게 긴 것이 아니다.”

이 회사에는 ‘오락위원회’가 있는데 이 위원회의 임무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풍선껌 불기 대회, 점심시간에 잔디밭에서 하는 연극, 맨발 댄스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직원들을 신나게 해 주고 있다.

‘이 회사처럼 재미있는 곳은 없다. 그동안 다른 직장을 그만둔 것은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타임레코더로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고 8시간 근무 등 판에 박은 듯한 직장생활은 정말 짜증이 난다.’

미국의 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독특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잘 웃는 사람’, ‘재미있게 웃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웃는 모습과 업무 능력은 서로 통한다’는 것이 이 회사의 판단이다.

잘 웃는 사람을 뽑아서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 경영성과는 높아지게 마련이라는 것이 이 회사가 추구하는 펀 경영 개념이다.

로버트 레버링과 밀턴 모스코위츠는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0개 기업을 선정하면서 선정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연봉이 업계에서 최고이거나 그에 가깝고 이례적이고 독특한 수당을 주는 회사 그리고 직원과 그 가족에 대해서 특별한 배려를 하고 있는 회사.

둘째, 많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하위 직원들이 CEO까지 승진할 기회를 가진 회사.

셋째, 경영이 어려울 때도 쉽게 인원 감축을 하지 않는 회사, 만부득이 해고할 경우에도 직원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회사.

넷째, 직원들이 자신이 성취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겨서 자신의 업적을 인정받을 수 있는 회사.

다섯째, 최고경영층과 부하 직원 간에 원활한 대화 통로를 가지고 있으며 일선 근로자의 건의, 비판, 불만을 기꺼이 수용하는 회사.

여섯째, 직원들이 같이 일하고 같이 노는 것을 즐길 수 있는 회사.

미국의 사회학자 울프는 21세기 경제의 특징을 ‘엔터테인먼트 경제(Entertainment Economy)’로 규정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경제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오락, 레저, 관광, 스포츠,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중심산업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모든 산업에 엔터테인먼트 요소(E-factor)가 결합되어야 성과가 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에 E-factor가 결합되면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가 되고 스포츠에 E-factor가 결합되면 스포테인먼트(Spotainment)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21세기는 ‘노동’이라는 개념 대신에 작업 또는 작품 활동(Work)에 E-factor를 결합시켜 워크테인먼트(Worktainment)를 추구한다는 것이 펀 경영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펀 경영은 ‘행복경영(Happy management)’과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면 점차 상위욕구를 추구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 행복감을 느끼는가? 인정, 칭찬, 보람과 가치, 오락과 재미, 신바람, 꿈과 희망 등이 행복감과 연관된 개념들이다.

IBM을 재건시킨 루 거스너의 경영스타일을 다룬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Who says Elephants can't dance?)’의 사례나 경영컨설턴트 켄 블랜차드의 ‘겅호(Gung Ho)’ 그리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Whale Done!)’ 등은 기존의 통제지향적인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일하는 방식과 기업문화를 펀 경영과 행복 경영으로 바꾸었을 때 얼마나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펀 경영과 행복 경영은 조직구성원들이 재미와 행복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경영방식이지만 이는 고객에게 재미와 행복감을 줄 수 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되며 궁극적으로는 ‘신나고 재미있는 사회’ 그리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윤은기

▼약력▼

▷고려대 심리학과

▷인하대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

▷한국기업사례연구학회 회장

▼Open Your Eyes▼

△어떻게 고객을 감동시킬 것인가?

고객 감동 비결은 간단하다. 감동한 직원은 감동한 고객을 창출해 낸다. 감동한 직원은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하고, 자기 일과 조직에 자부심을 느끼며 일에서 보람과 재미를 느낀다. 즉 일을 즐기면서 하고 헌신적으로 하면서 고객을 감동시킨다.

―미국 경영대상 수상 기업(페덱스, 제록스 등)

△나는 하루 중 98%는 긍정적이다.

나는 하루 중 98%는 내가 하는 일에 긍정적이다. 그리고 나머지 2%는 어떻게 하면 매사에 긍정적이 될 수 있을까 궁리한다.

―릭 피티노 전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 감독

△행복으로 가는 두 가지 단순한 원리

행복으로 가는 길은 단순한 두 가지 원리에 있다. 자신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잘해 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라.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으면 모든 정신, 에너지, 야망, 타고난 능력을 거기에 쏟아 부어라.

―록펠러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직장에서 일하는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성공한 인생, 일하는 행복을 모르면서 그저 벌어먹기 위해 고달프게 일하는 사람은 실패한 인생이다. 성공적인 기업문화란 직원들이 가장 즐겁고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무형의 환경’이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관리가 아니라 행복관리이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

<도움말 주신 분: 조영탁·경영교육전문기업 휴넷(www.hunet.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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