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 ‘진로 인수’ 승인에 업계 반발

  • 입력 2005년 7월 22일 03시 23분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승인한 다음날인 2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하이트맥주 본사에서 앞으로의 인수 일정을 협의하는 인수추진준비회의가 열렸다. 하이트맥주는 다음 달 중순 인수추진단을 꾸리고 본격적인 인수 작업에 나선다. 연합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승인한 다음날인 2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하이트맥주 본사에서 앞으로의 인수 일정을 협의하는 인수추진준비회의가 열렸다. 하이트맥주는 다음 달 중순 인수추진단을 꾸리고 본격적인 인수 작업에 나선다. 연합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는 독과점에 해당하지만 기업결합을 불허할 정도는 아니다.”(공정거래위원회)

“탁상공론식 결정으로 독과점 폐해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하이트맥주 경쟁사인 오비맥주와 지방 소주사)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한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주류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21일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하면 일부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지만 하이트맥주에 강한 시정조치를 부과했기 때문에 주류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20일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승인하면서 양사가 앞으로 5년간 주류 도매상에 출고한 물품명세를 공정위에 보고토록 하는 등 4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공정위 안희원(安熙元) 상임위원은 “맥주와 소주 시장은 소비계층도 다르고 계절적으로 소비량도 크게 달라 동일 시장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하지만 두 회사가 주류 도매상을 통해 서로 다른 제품판매를 강제할 수 있어 높은 수준의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 위원은 “전북지역의 소주시장이 크지 않고 타 지역 소주에 대한 배타성이 낮아 하이트맥주가 전북지역에 갖고 있는 하이트주조(옛 보배소주)를 매각하라는 시정명령은 내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 회사가 합병을 해도 전북지역 소주시장 점유율은 2.5%포인트 증가에 머문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주조의 전북지역 점유율이 40%, 진로소주의 점유율이 50%여서 두 회사가 합병하면 점유율이 90%에 육박해 하이트주조의 매각이 승인조건에 포함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한편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하이트맥주와 진로소주의 경쟁사인 오비맥주와 지방 소주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복주 보해 무학 선양 등 지방소주 4개사는 21일 “공정위가 제시한 조건들은 주류시장 현실을 배제한 탁상공론식 발상에 따른 것”이라며 “현재의 시스템만으로 과연 감시가 가능하고 사후 제재만으로 독과점 폐해를 방지할 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주류 가격을 5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내에서만 인상하라는 가격제한 조건은 선도기업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업계의) 시스템을 완전 무시한 결정으로 주류업계 전체의 존립 기반을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끼워 팔기를 막기 위해 3개월 내 하이트맥주 측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라는 조건에 대해 오비맥주 측은 “우범자의 범죄예방은 경찰이 해야 하는데 (끼워 팔기를 하는) 우범자에게 범죄예방책을 제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힐난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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