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효자 IT 왜 이러나…두달째 마이너스 성장

  • 입력 2005년 6월 2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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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체 수출액의 30%를 차지하는 정보기술(IT) 제품 수출이 심상치 않다. 최근 두 달 연속 줄어든 데다 감소 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제경쟁력을 갖췄다는 반도체와 휴대전화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어 올해 하반기(7∼12월) 수출전선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세계 IT 경기가 불황인 데다 앞으로도 고유가 등 세계 경기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는 변수가 많다”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부담스럽다”고 지적한다.

○ 2개월 연속 줄어든 IT 수출

26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동월 대비 올해 IT 수출증가율은 4월 ―0.4%로 38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에는 ―2.9%로 폭이 더욱 커졌다. 이달 들어서도 20일 현재까지 ―2.7% 수준이어서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제품이 지난달 수출의 경우 작년보다 줄었다. 컴퓨터는 작년 8월 이후 10개월째, 가전도 2월 이후 4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기기 역시 지난달 ―3.1%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수출액이 줄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도체도 4월부터 한 자릿수(6%)로 증가세가 크게 꺾였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담당 부처인 산자부는 지난주 말 제품별 담당 사무관을 긴급 소집해 점검회의에 나섰다.

산자부 김필구(金畢九) 수출입과장은 “최근 IT 수출이 저조해 관련 업계의 전망 자료를 받아서 회의를 열었다”며 “IT는 특히 세계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하반기 IT 경기가 풀리면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하반기 변수는 수출가격 하락

IT 수출 감소는 △컴퓨터 가전 등이 급속히 경쟁력을 잃으면서 관련 업체가 중국 멕시코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의 수출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IT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등 주력 품목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

메모리 반도체의 주력 제품인 256메가 더블데이터레이트(DDR) D램 가격은 작년 평균 4.43달러였으나 올해 4월에는 2.40달러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전체 IT 수출 가격(원화 기준)도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3월 ―4.5% △4월 ―4.4% △5월 ―10.2%로 떨어졌다. 수출 물가는 환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최근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을 감안하면 수출 가격이 그만큼 크게 떨어진 셈. 수출 가격 하락은 비단 한국 제품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2∼3년 IT 투자 과열로 공급이 크게 늘어난 반면 세계 수요는 주춤하면서 국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張在澈) 수석연구원은 “과잉 설비투자에 따른 공급 과잉 문제가 작년 하반기부터 가시화되면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 신현수(辛鉉秀) 연구위원은 “주력 IT 제품의 국가별 시장점유율은 예전 수준이어서 한국의 IT 경쟁력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말부터 IT 경기가 풀릴 것으로 보고 있으나 고유가가 다시 세계 경기의 덜미를 잡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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