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자영업자 대책]미용사 취득후 6개월 실습거쳐야 창업

  • 입력 2005년 6월 1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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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1일 발표한 ‘영세 자영업자 대책’은 △자영업 진입제한 △한계에 처한 자영업자 퇴출 유도 △저소득 자영업자 지원 등 3가지로 나뉜다. 이에 대해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 컨설팅 대책은 ‘준비 없는 창업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신규 창업자의 진입을 제한하는 조치는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 개인서비스업 창업 어려워져

이번 대책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미용, 세탁, 제과점에 대한 진입제한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관련법을 개정해 2007년부터는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했더라도 전문교육기관에서 6개월가량 현장실습 및 창업교육을 받아야 창업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피부미용사는 별도의 피부미용사 자격증을 따야 창업할 수 있다. 메이크업과 네일아트도 별도의 자격증이 생긴다.

세탁업과 제과업 외에 산후조리원도 진입장벽이 높아진다. 금년 하반기 모자보건법이 개정되면 산후조리원은 내년부터 일정기준의 시설과 인력을 갖춰야 창업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산후조리원은 창업에 제한이 없었다.

현재 영업 중인 295개의 산후조리원도 신설되는 기준에 못 미칠 경우 유예기간 동안에 시설과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 상권 밀집지도 탄생

중소기업청은 음식점, 숙박업, 소매업 창업이 상권분석도 없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2007년까지 1600개 상권을 분석한 온라인 상권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예를 들어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 삼계탕 가게를 열고 싶어 하는 자영업자가 상권지도에서 이 지역의 삼계탕 가게 밀집도 지수가 125(적정 90∼100)로 포화상태인 것을 확인하고 다른 지역에서 창업하도록 한다는 것.

하반기부터는 자영업자들이 지역별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찾아가 10만 원을 내면 정부가 40만 원을 보조해 ‘맞춤 컨설팅’을 제공받을 수 있다. 컨설턴트들이 성장성이 있다고 인정하면 해당 자영업자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으로 은행에서 50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기존 점포를 접고 국민은행이 인정한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으로 새로 창업할 때는 신용으로 50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프랜차이즈법을 제정해 신뢰성 높은 프랜차이즈업을 육성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을 프랜차이즈 가맹점포 창업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 자영업자도 고용보험 가입

한계상황에 처한 자영업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도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생계가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해 건강보험료를 일정기간 면제해 주거나 징수를 유예해 주는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구체적인 기준과 면제 폭은 이달 초 발표될 예정이다.

노동부는 자영업자가 원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금년 중 고용보험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자영업자는 재취업을 위한 각종 지원과 훈련수당을 받을 수 있다. 또 현재 중소기업 근로자에게만 지원되는 무료 재취업서비스를 영세 자영업자에게도 제공할 방침이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한국 자영업은 ‘多産多死’

음식업, 이·미용업, 소매업 등 전국 240여만 자영업자 가운데 이익을 내는 곳은 10곳 중 1곳도 안 된다.

또 해마다 50만 명의 자영업자가 탄생하지만 이 가운데 40만 명은 1년도 안돼 사업을 접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특별위원회(중기특위)가 31일 영세 자영업자 종합대책과 함께 공개한 자영업 실태조사 결과다. 3월 15일∼4월 30일 전국 8개 상권의 1600개 점포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종은 ‘다산다사(多産多死)형’이다.

2003년 한 해 동안 50만 명의 자영업자가 새로 창업해 이 중 44만 명이 폐업함으로써 창업 대비 폐업비율이 88%에 육박했다.

폐업비율은 외환위기 여파로 2000년 83%까지 치솟았다가 2001년과 2002년 각각 73%, 71%로 안정세를 보였으나 다시 높아졌다.

휴업과 폐업, 재창업이 반복되다 보니 창업한 지 5년이 안 된 자영업자가 전체 자영업자의 76.3%에 이른다.

자영업자 대부분은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최근 3년간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은 매출이 줄었으며 4명은 매출이 30% 이상 급감했다.

건물 임차료나 관리비 부담조차 어려운 적자 상태의 자영업자가 26.4%, 생계유지 수준이 64.0%이고, 수익을 내는 자영업자는 8.3%에 불과했다.

자영업자들은 수익성이 나빠진 원인으로 창업 과잉(65.7%)과 소비위축(49.3%)을 지목했다.

매출 감소나 적자 운영에도 불구하고 대부분(83.9%)이 기존 영업을 지속하기를 희망해 생계를 위한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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