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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8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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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가가 올랐을 때 보유 주식을 파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 그러나 기업 오너나 경영진은 일반 투자자들과 달리 기업의 경영 관련 정보를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기업의 내부자’라는 점에서 문제다.
기업 내부자의 주식 매도는 대체로 ‘기업 실적과 전망에 비해 그 종목의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신호로 주식시장에서 해석된다.
최근 잦아지는 기업 내부자의 매도가 증시 상승기에 암초 역할을 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 내부자들이 주식을 팔고 있다=기업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는 1월 말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경향은 실적보다 테마와 분위기에 편승해 주가가 오른 종목들에서 뚜렷하다.
대표적인 기업은 단암전자통신. 올해 초 750원 선이었던 주가가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테마 바람을 타고 2500원까지 급등하자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이성혁 사장은 1월 말 165만 주를 팔아치웠다.
이후 마스타테크론 벨코정보통신 이지바이오 필링크 효성기계 삼성제약 등의 기업 내부자들도 잇달아 주식을 처분했다. 이들 종목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기업 내부자가 주식을 처분한 모든 종목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아니다.
비료 제조회사인 남해화학의 경우 장경택 사장이 1월 말부터 7만여 주를 매도했으나 주가는 2200원 선에서 3100원 선으로 올랐다.
그러나 단기적인 주가 등락과 상관없이 기업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는 주가에 좋지 않은 신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기업 미래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경향이 강한 내부자들조차 주식을 판다는 것은 주가가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올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신뢰를 주지 못하는 기업=기업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는 주가가 고점이라는 신호 외에도 경영진의 책임경영 의지가 약하다는 증거로 시장에서는 평가한다.
경영계획이 잘 짜여 있고 경영진의 책임경영 의지가 강한 기업은 당장 얼마의 현금이 탐난다는 이유로 주식을 팔아 지분을 줄이는 일을 대체로 하지 않기 때문.
또 기업을 잘 이끌어 지금보다 기업 가치를 더 높일 자신이 있는 경영진이라면 더욱 주식을 팔 이유가 없다.
VIP투자자문 김민국 대표는 “결국 경영진이 지금 주가보다 기업 가치를 더 높일 자신이 없으니까 주식을 파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런 기업의 주가는 장기적으로는 오르기가 어려우므로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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