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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2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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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서경찰서는 다단계 판매원 2만5000여 명으로부터 판매원 등록비 등으로 모두 1조1269억여 원의 돈을 걷은 혐의(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위베스트의 대표이사 정모(46) 씨 등 간부 5명을 구속하고 지부센터장 이모(40) 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위베스트는 전국에 33개 지부 및 사무소를 가진 업체로 이번 사건은 다단계 판매 수사와 관련해 금액 면에서 최대 규모이다.
경찰에 따르면 2003년 3월 설립된 이 회사는 “회원으로 가입해 물건을 팔고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고액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며 지금까지 최소 2만5000여 명의 판매원을 모아 등록비 및 물품구입비 명목 등으로 1조 원대의 거액을 모은 혐의다.
경찰은 “이들은 회원 등록 때 원가 2만4000원짜리 양말 3켤레를 7만 원에 구입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등록비를 받았다”며 “등록비는 회원 등급에 따라 1인당 40만∼230만 원”이라고 밝혔다.
다단계 판매 자체는 합법적인 영업이지만 회원에게 가입비나 등록비 등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
또 회원들이 물품을 판매하면 받아야 할 수당의 상당부분을 물품 재구매에 쓰도록 했으며, 하위 판매원을 모집하지 못하면 물품을 추가 구입하거나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강제 탈퇴시키는 방법을 써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피해자 이모(63·개인사업) 씨는 경찰 조사에서 “수당의 일부는 지급하지만 그것도 1∼2년에 걸쳐 나눠서 지급하는 조건을 걸어 은행 이자보다 못한 푼돈을 손에 쥐느니 재투자하도록 유도했다”면서 “2003년 11월부터 모두 8억 원을 투자했지만 한 푼도 못 건졌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판매실적으로 수당이 정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원이 거액을 투자해 물품을 떠안는다”면서 “한번 빠져들면 원금을 찾기 위해 빚을 내서라도 계속 투자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베스트 측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우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는 합법적인 기업”이라며 “판매원 가입조건으로 돈을 받거나 물품을 강매한 적이 없으며 모두 회원이 자의로 물품 판매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위베스트는 이어 “이번 사건은 다단계 마케팅 방식에 대한 오해에서 벌어진 일로 모든 법적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위베스트의 핵심간부 86명 중 이날 입건된 10명을 제외한 나머지 70여 명도 조만간 형사입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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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 다단계’와 차이는▼
불법 다단계 판매조직은 합법적인 다단계 판매회사와 어떻게 다를까.
우선 회원 가입비 또는 등록비를 받으면 불법이다.
합법적인 회사의 경우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하며 어떤 징수비용도 없는 데 반해 불법 다단계조직은 “회원 가입을 위해선 보증금이 필요하다”, “등록 및 포인트 개설 비용을 내야 한다”는 식으로 돈을 뜯는다.
이번 사건에서도 경찰과 위베스트는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실적에 따른 수당 지급도 다르다. 한 다단계 판매회사 관계자는 “합법적 회사는 실적에 맞춰 일정 기간이 되면 바로 수당이 지급되지만 불법 회사의 경우 지급 기일을 차일피일 미루는가 하면 수당을 다시 재투자할 것을 종용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회원 가입 및 탈퇴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로운지 △지속적으로 투자를 요구하며 이를 위해 ‘카드깡’ 등을 권유 알선하지 않는지 △판매 물품이 기존 시장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진 않은지 등을 주의 깊게 따져 봐야 한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수없이 많은 불법 다단계 회사들이 난립해 많은 서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여러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서 꼼꼼히 따져 본 뒤에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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