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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2월 18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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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마산시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던 B 씨(44)는 2002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부모가 남겨 준 논밭이 있어 큰돈을 들이지 않고 농사를 지었지만 그해 채소 값이 폭락하면서 1300만 원의 빚을 졌다. 결국 B 씨는 얼마 전 경남 사천시 경비용역업체에 자리를 얻어 이사했다.
농촌에서 인생을 다시 시작하겠다며 귀농했던 사람들이 다시 농촌을 등지고 있다.
충분한 준비 없이 귀농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떠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농산물 수입개방 등 농업 전반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역U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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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은 줄고, 이농은 늘고=18일 농림부에 따르면 귀농가구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에 6409가구, 1999년에는 4118가구였으나 2000년 들어 1054가구로 크게 줄어든 뒤 2001년 880가구, 2002년 769가구, 2003년 885가구로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 농도(農道)인 전남지역의 경우 귀농가구는 1998년 1636가구, 1999년 1048가구였다가 2000년 230가구, 2001년 77가구, 2002년 67가구, 2003년 51가구로 계속 줄었다.
문제는 귀농인들이 농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남지역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3269가구가 귀농했으나 이 가운데 19.3%인 631가구가 이농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37가구가 귀농한 사이 33가구가 농사를 포기하고 도시로 떠났다.
전북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2003년과 지난해 귀농가구는 각각 145, 88가구였으나 이농가구는 264, 142가구로 오히려 더 많았다. 김제시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18가구가 귀농했으나 43가구가 떠났고 무주군도 귀농가구는 2가구에 그친 반면 도시로 나간 가구는 22가구나 됐다.
▽왜 다시 떠나나=귀농한 도시인들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은 초기의 과도한 투자. 땅 사고 집 짓고 농기계 구입하고 나면 정작 농사지을 돈은커녕 빚만 늘게 돼 탈농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진주시 농민단체협의회 강삼규 집행위원장은 “귀농자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허술한 상태에서 무작정 농촌을 찾았다가는 낮은 농업 수익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쌀시장 개방 확대와 농산물 값 폭락 등으로 농촌경제가 나빠지고 2001년부터 가구당 2000만 원씩 융자되던 농림부 창업자금 지원이 중단되는 등 실질적인 혜택이 없어진 것도 한 이유다.
1999년 귀농한 전모 씨(40·전남 영암군)는 “당시 귀농한 70여 명이 ‘흙사랑’이란 모임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회원이 10명도 안 된다”면서 “남아 있는 회원들도 농촌에서 희망을 찾지 못해 떠나야 할지 버텨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귀농인구 감소와 이농에 따른 농촌 공동화가 심각해지자 전남도는 올해 일선 시군에 귀농알선센터를 설치하고 40세 미만의 타 시도 거주자가 전남에 정착해 농사를 지을 경우 가구당 2000만 원을 무상 지원하기로 했지만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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