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지금 사도 늦지 않을까요?”…투자자 관심 후끈

  • 입력 2005년 1월 18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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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이렇게 오르다니…. 내일 A 주식을 사도 늦지 않을까.’ 거래소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17포인트 이상 급등한 17일. 개인투자자 조영식(曺英植·32) 씨는 밀려드는 후회로 밤새 뒤척였다. 그에겐 밤이 너무 길었다.

조 씨는 18일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본점 객장을 찾았다. 개인투자자들이 증권 시세판 앞에 삼삼오오 모여 주가 움직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은퇴 후 부동산 임대수입과 은행 예금(10억 원 상당) 이자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는 이모 씨(65)도 최근 처음으로 주식형펀드에 3억 원을 넣었다.

이 씨는 “이자를 받아도 사실상 손해 보는 상황을 더 이상 참지 못해 고심 끝에 중대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객장은 ‘후끈’, 투자 결정은 ‘신중’=객장 한 쪽에서 투자상담사와 고객 사이에 종목 선정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실적을 보셔야죠. 위험합니다.”

“그런 말 듣다 때를 놓친 게 한두 번인가요. 줄기세포든 뭐든 계속 오를 주식을 골라줘 봐요.”

대신증권 본점 객장의 터줏대감 격인 박상균(朴相均·51) 씨가 끼어들었다.

“아주머니, 주식 처음 하는 것 같은데 투자상담사 말 틀린 거 없어요.”

박 씨는 2000년 초 인터넷주 투자로 ‘대박과 쪽박’을 번갈아 경험했다. 현장 베테랑인 그마저도 최근 급등 장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주가가 갑자기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겁이 난다는 것.

객장 분위기도 들썩이던 과거의 모습과 달리 비교적 차분했다. ‘모 회사의 인수합병(M&A)설’ 등 풍문을 확인하는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전업투자자 황모 씨는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규모와 시점에 따른 영향 등 분석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올들어 예금 4조80억 빠지고 증시 고객예탁금 6482억 유입▼

▽시중자금 증시로 ‘U턴’하나=18일 한국은행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4일까지 은행(산업은행 제외)에서 예금 4조80억 원, 금전신탁 911억 원이 빠져나갔다.

연초부터 금리 급등(채권 값은 하락)으로 수익률이 하락한 채권형 펀드의 수탁액도 4110억 원 감소했다.

반면 주식 매수를 위한 대기자금인 실질 고객예탁금은 14일까지 6482억 원 순유입됐다. 예탁금이 월 단위로 순유입된 것은 작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또 적립형 펀드의 수탁액도 올해 들어 2029억 원 증가했다.

올해 실시한 5개 코스닥 등록 예정 기업의 공모주 청약에는 2조8642억 원의 시중자금이 몰렸다.

주식투자를 위한 계좌도 늘었다.

최근 6개월 동안 거래나 입출금이 있는 활동계좌 수는 14일 현재 730만9721개로 작년 말보다 66만9618개 증가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실질금리 마이너스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증시 활황이 어우러지면서 개인자금이 은행과 채권에서 주식 관련 상품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삼성증권 유승민(柳承旼) 연구위원은 “연초 증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개인의 직접투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경기와 기업 실적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열기는 식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운 기자 kwoon90@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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