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특판정기예금에 16조원 몰렸다

  • 입력 2004년 12월 27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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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빈 강정'이라는 평을 듣는 은행의 특판(特販) 정기예금에 뭉텅이 돈이 몰려들고 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8개 시중은행과 기업은행 등 9개 은행은 올해 10월 이후 이달 24일까지 특판 정기예금을 모두 16조4050억 원 어치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10월 25일~11월 2일 2조 원을 모집한 데 이어 이달 8~24일 무려 6조5397억 원을 최고 연 3.9%의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에 쓸어 담았다.

한국씨티은행은 은행권 최고 수준의 금리를 앞세워 11월 초 1주일 만에 1조 원을 거둬들인 데 이어 12월 들어 20일 만에 8000억원의 특판예금을 유치했다.

그 밖의 은행들의 특판예금 판매 실적은 △외환은행 1조7000억 원 △하나은행 1조4100억 원 △신한은행 1조 원 △우리은행 7738억 원 △조흥은행 4757억 원 △제일은행 4000억 원 △기업은행 3058억 원 등이다.

은행들이 특판예금을 앞 다퉈 내놓기 시작한 10월은 사활을 건 영업 경쟁이 본격화한 시점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 빼앗기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A은행이 특판을 하면 B, C은행이 따라 하고, 조금 있다가 D은행이 금리를 올려 치고 나오면 A은행이 다시 따라 하는 '특판 이어달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은행은 시중금리가 떨어지고 있는데도 첫 번째 특판 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2차 특판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부동자금이 일반 정기예금보다 0.5%포인트 가량 높은 금리에 이끌리면서 특판예금은 지금까지 내놓는 족족 100% 팔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특판예금 금리는 연 3.8~4.1%로 이자소득세(이자의 16.5%)와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3%를 감안한 실질금리는 연 -0.13~0.12%에 그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도 마땅한 투자대안이 없어 특판예금의 인기는 계속될 것 같다"면서 "대부분 특판예금이 1년 만기짜리여서 내년 이맘때가 되면 또다시 만기 고객을 잡기 위한 특판 회오리가 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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