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금융자본 육성… 국내銀 ‘방패’ 만들때”

  • 입력 2004년 12월 22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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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제자문회의가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참여에 대한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함에 따라 정부가 외국자본 참여의 부작용을 줄이는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보고서에서 “한국을 외국투기자본의 천국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면서도 “앞으로 외국자본이 늘어나는 데 따른 부작용에 대해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소유 은행 지분 매각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보고서는 “장기적인 은행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내 금융자본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정부 소유 은행의 매각이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내 금융자본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줄 ‘꿈나무’로 사모펀드(PEF)를 지목했다. 실제로 PEF의 설립과 출자한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 12월 6일부터 시행되면서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국내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PEF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보고서는 PEF를 국내 금융자본으로 육성하더라도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자본, 긍정적인 역할도 많다=국민경제자문회의는 최근 국내에서 커지고 있는 ‘반(反)외국인자본’ 정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이를테면 ‘한국은 외국투기자본의 천국’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지분이 40%를 넘는 등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이는 우리의 주식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외국자본이 단기성과에 집착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외국계 은행은 리스크관리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은행 경영의 투명성을 높였다”며 “또 과거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이사회의 실질적인 역할을 강화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국계 펀드의 글로벌 자산운용전략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커지는 등 부작용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외국계 은행이 기업대출을 축소하고 가계대출 등 소매금융을 늘릴 경우 경제성장동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했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과 2003년 9월 사이에 외국계 은행은 전체 대출에서 기업대출의 비중이 33.3%포인트나 줄어든 대신 가계대출 비중은 35.2%포인트나 증가했다.

‘기업대출 축소, 가계대출 확대’ 추세는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외국계 은행은 변동 폭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폭넓게 형성된 공감대=정책당국자들 사이에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은행 지분을 국내자본에 우선적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앞으로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시기와 방식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여러 은행의 대주주가 됐다.

그러다가 2000년 이후에는 은행산업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은행 민영화 작업을 추진했다. 정부가 아직도 대주주인 곳은 우리금융지주 한 곳이다. 우리금융 지분 80.2%를 갖고 있는 정부는 당초 이 지분을 내년 3월 말까지 매각하기로 금융지주회사법에 시한을 못 박았다.

하지만 민주당 김효석 의원 등 20여 명의 의원은 지난달 우리금융 매각 시한을 2007년 3월 말로 2년 늦추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매각 시한을 촉박하게 정해 놓고 협상을 하게 되면 헐값 매각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매각 시한이 연장될 경우 우리금융을 인수할 만한 국내자본이 생겨날 여지도 많다. 지금까지는 매각대금만 3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금융을 인수할 만한 국내자본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금융도 외국자본에 넘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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