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판예금도 실질금리 마이너스…1억 넣으면 年13만원 손해

  • 입력 2004년 12월 21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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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특판 정기예금의 실질금리마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자를 받더라도 물가와 세금을 감안하면 사실상 원금을 손해 본다는 뜻이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 우리 조흥 하나 한국씨티은행 등이 판매하고 있는 특판 정기예금 금리(만기 1년)는 일반 정기예금보다 0.5%포인트 안팎 높은 연 3.8∼4.1%이다.

그러나 이자소득세(세율 16.5%)에 해당하는 금리 0.63∼0.68%와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3%를 더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또는 제로(O) 수준으로 떨어진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가 연 3.8%인 특판 예금은 연 ―0.13% △연 3.9%짜리는 연 ―0.04% △연 4.0%짜리는 연 0.04% △연 4.1%짜리는 연 0.12%에 그친다. 물가 등을 감안할 때 최소한 명목금리가 연 4%를 넘어야 원금을 보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1억 원을 △연 3.8%짜리 특판 예금에 넣으면 연간 13만 원 △연 3.9%짜리에 맡기면 연간 4만 원의 손해를 각각 보게 된다. 연 4%짜리에 넣어야 고작 4만 원의 이득을 보게 되는 것.

사정이 이런데도 시중은행들이 특판 예금을 내놓기만 하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국민은행이 8일부터 팔고 있는 연 3.9%짜리 특판 정기예금에는 20일까지 4조9745억 원이 몰렸다. 영업일 기준으로 9일 동안 하루 평균 5500억 원의 시중자금이 예치된 것.

우리은행도 21일부터 1조 원 한도로 연 4.0%짜리 특판 정기예금을 팔고 있는데 주말까지는 한도가 찰 것으로 예상된다.

특판 예금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에 금리가 0.1%포인트만 높아도 시중 부동자금이 몰린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팀장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내년 상반기에 연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소득공제 또는 세금우대 상품을 활용하면 그나마 금리 혜택을 좀 더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강운 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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