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전쟁’ 불 붙었다… 세계적 은행들 잇단 진출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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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들이 잇달아 ‘전시(戰時) 경영’을 선포했다.

국민과 신한, 기업은행의 은행장들은 1일 열린 월례조회를 통해 이구동성으로 “은행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제대로 싸워보자”며 전의를 북돋았다.

세계 1위 은행인 씨티은행의 한국 자회사 한국씨티은행이 지난달 1일 출범한 데 이어 세계 2위 은행인 HSBC가 최근 제일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데 위기감을 느낀 국내 은행들이 일제히 전열 정비에 나선 것.

강정원(姜正元) 국민은행장은 “은행들의 전쟁은 꾸며낸 말이 아니라 현실”이라며 “잠재력을 극대화해서 이 전쟁에서 기필코 승리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강 행장은 “각 사업부문에서 제출한 예산안은 지출을 늘리고 수익 목표는 낮추는 등 현재 긴박한 은행 경영환경과 맞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내핍경영 의지를 보였다.

또 “본점이 지점 위에 군림하고 지점은 고객에게 불친절한 ‘귀족은행’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영업력 배가를 위해) 본점이 지점을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훈(申相勳) 신한은행장은 이날 “씨티은행 HSBC 등 세계적 은행들과의 사활을 건 대회전이 발등의 불이 됐다”면서 “위기 상황에 한 발 앞서 대처해 최고 은행이 되자”고 말했다.

신 행장은 “1년 중 가장 중요한 달인 12월 실적이 평균 실적에 현저히 못 미치면 이를 인사관리에 반영하겠다”면서 철저한 자산건전성 관리와 적극적인 영업을 주문했다.

강 행장은 “전쟁에서 이길 의지가 미약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표현을, 신 행장은 “도덕적 해이를 좌시하지 않겠다” “업적평가 대회장에서 다시 보자”는 등 평소와 달리 강도 높은 발언을 해 긴장감을 고취했다.

한편 강권석(姜權錫) 기업은행장은 이날 월례조회를 통해 “국내 은행권은 ‘제2의 빅뱅’을 앞두고 있다”며 “과거처럼 국책은행으로 안주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경쟁 결과에 따라 은행의 중장기 생존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우량 중소기업 지원에서 선도적 역할을 계속 해나가면서 총력전을 펼치자”고 역설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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