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속도 빠른 이유]작년 엔화 급락때 ‘정부방어’ 후유증

  • 입력 2004년 11월 19일 18시 32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올해 들어 19일까지 11.6% 상승(원-달러 환율은 하락)했다.

반면 달러화 대비 엔화와 유로화 가치는 각각 2.7%와 3.0% 올랐다.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원화 가치가 빨리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환 전문가들은 지난해 달러화 대비 엔화나 유로화 가치가 크게 오를 때 원화 가치는 떨어졌던 후유증이라고 풀이한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申민榮) 연구위원은 “지난해 9월 선진 7개국(G7) 정상회담 이후 엔화와 유로화의 가치는 빠르게 올랐지만 원화 가치는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오히려 떨어졌다”면서 “당시 원화와 엔화의 ‘따로 놀기’ 현상이 올해 들어 교정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와 엔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조화’ 경향이 강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鄭永植) 수석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은 모두 수출 의존도가 높고 주요 수출 품목이 비슷한 데다 외국 딜러들은 원화와 엔화를 한 꾸러미로 보고 동시에 매도 또는 매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0원 안팎에서 움직였다.

지난해 하반기 엔-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오르면서 원-엔 환율은 1100원 선까지 상승했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더 빨리 떨어지면서 원-엔 환율은 현재 100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해 유로화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국제 외환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동아시아 통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는 한 요인이다.

10월 초부터 원화가치 상승 폭이 다른 통화보다 커진 주요인은 정부가 환율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증권 홍춘욱(洪椿旭) 투자전략팀장은 “정부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책을 받고 사실상 시장 개입을 포기한 이후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11월 들어 정부가 ‘환율은 시장에 맡기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이후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받는 즉시 앞 다퉈 원화로 바꾸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홍 팀장은 “서울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원-엔 환율 1000원 선, 원-달러 환율 1050원 선을 심리적 지지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외국인투자가 4월이후 환차익 2조5000억▼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투자가가 올해 4월 이후 2조5000억원의 환차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본격적인 매수에 나선 4월 이후 이달 18일까지 26조7000억원을 누적 순매수(주식을 산 금액에서 판 금액을 뺀 차액)했다.

올해 들어 순매수한 주식은 그동안 환율 움직임과 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32조2000억원으로 평가된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평가차익 5조5000억원 가운데 시세차익은 3조원, 환차익은 2조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면서 “시세차익이나 환차익은 주식을 매도해야 현실화되지만 가상 수익률은 20.4%에 이른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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