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부진 우려에 ‘와르르’… 종합주가 23P 급락

  • 입력 2004년 10월 12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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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3.02포인트(2.61%)나 하락했다.

기업들의 3·4분기(7∼9월)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데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면서 주식 매수기반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가지수가 하루에 2% 이상 떨어진 것은 8월 2일(2.14% 하락) 이후 2개월여 만이다.

한국투자증권 이영복 주식운영본부장은 “외국인과 일부 기관투자가가 주식을 사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던 ‘수급 장세’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깜짝 실적’ 없다=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지수 하락이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 부진 △외국인 순매도 전환 가능성 △기술적 조정 △국제유가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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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IT기업 실적과 외국인 매매 동향은 최근 3개월간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어온 원동력.

실적 부진을 염려해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연말 증시가 800 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필립스LCD의 실적 악화는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격. LG필립스LCD는 3·4분기 매출이 1조875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9.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66.8% 줄어든 2560억원, 순이익은 58.5% 감소한 2910억원이었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전무는 “내년 초까지 기술 관련 기업에서 투자자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좋은 실적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예상했다.

한국과 미국 증시가 당분간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전무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한국이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현상이 이어질 경우 양국의 경기와 증시 전망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가 전망을 너무 믿지 말라”=전문가들은 최근 증시를 두고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장’이라고 평가한다.

맵스자산운용 장부연 이사는 “변수가 많은 만큼 지수 전망을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기간을 정해 지수가 800∼900 사이에서 오르거나 내릴 것이라는 식의 전망이 더 이상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장 이사는 “증시에 영향을 줄 만한 변수들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따져 중장기 시장 분위기를 추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요 변수는 4·4분기 기업 실적과 국제유가 움직임, 미국 증시, 외국인 매매동향 등 네 가지다.

동원증권 조홍래 부사장은 “업종을 대표하는 주식이 최근 3개월간의 주가 상승에 걸맞은 실적을 보여줘야 ‘실적 장세’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 상승을 ‘거품’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

유가도 중요하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연말까지 배럴당 50달러 선 이상에서 고착화할 경우 수출 관련 기업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데스투자자문 김 전무는 “연말 무렵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가 다시 동조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D램 가격과 액정표시장치(LCD) 공급물량, 휴대전화 가격 등에 따라 한미 기술주의 주가가 함께 출렁거릴 것이란 분석이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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