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44조원 잠자고 있다

  • 입력 2004년 9월 21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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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체들이 벌어들인 44조원의 현금이 투자에 쓰이지 않고 '낮잠'을 자고 있다. 놀리고 있는 돈 규모가 총 자산의 10.5%에 이르고 있다.

수출호조로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지만 경기침체와 경제정책의 불투명성으로 투자를 꺼리면서 성장잠재력 저하가 우려된다.

21일 한국은행이 154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4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2·4분기 12.1%로 작년 같은 기간(7.6%)에 비해 4.5%포인트 늘어났다. 이는 1000원어치 물건을 팔아 121원의 이익을 냈다는 의미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환율변동에 따른 외환이익이 감소하면서 직전 분기(13.4%)에 비해서는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1.3%포인트 떨어졌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SK(주) 등 국내 5대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18.8%로 5대 이외의 기업(9.0%)에 비해 두배 이상 수익성이 좋았다.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이 사상최대 이익을 냈지만 투자는 여전히 인색해 설비투자(유형자산 증가율)는 2·4분기중 1.3% 늘어나는데 그쳤다. 삼성전자 등 극소수 핵심 기업의 투자를 제외하면 국내 제조업체들의 투자는 사실상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투자를 미루면서 제조업체들의 보유 현금(만기 1년 이내 예금 포함)은 6월말 현재 43조9000억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말(37조1000억원)에 비해 6개월만에 6조8000억원이나 늘어난 것.

총 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말 9.7%에서 6월말 10.5%로 높아졌다. 삼성전자 등 5대 제조업체의 현금보유액은 14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한편 6월말 현재 제조업체의 평균 부채비율은 93.9%로 3월말보다 3.9%포인트 낮아지고 ,차입금의존도도 23.0%로 1.0%포인트 하락하는 등 재무구조가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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