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상]현장에서/이통업체 징계에 소비자만 골탕?

  • 입력 2004년 6월 21일 16시 25분


이동통신업체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21일부터 시작된다. 영업정지 조치를 받는 업체는 해당 기간에 신규 가입자를 받는 것은 물론 번호이동도 할 수 없다.

영업정지 기간은 LG텔레콤이 21일∼7월 20일, KTF가 7월 21일∼8월 19일, SK텔레콤이 8월 20일∼9월 28일로 전체를 더하면 100일이나 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휴대전화 신규 가입자 시장의 마비사태를 우려해 영업정지가 순차적으로 시행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이 기간에 신규 가입이나 번호 이동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7월 번호이동제 확대로 LG텔레콤으로 번호를 바꾸려던 KTF 가입자는 LG텔레콤의 영업정지가 끝날 때까지 20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

또 8월 말 한국으로 이주를 계획 중인 해외교포나 외국인이 있다고 치자. 이 경우 1위 업체인 SK텔레콤의 서비스를 쓰고 싶어도 한 달 가량 가입할 수 없게 된다.

소비자들이 이번 조치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불법 단말기 보조금을 계속 사용해온 이동통신사들을 징계하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동통신업체들이 돌아가면서 받는 영업정지 처벌이 해당업체의 경영에 미칠 영향은 극히 적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오죽하면 제재조치 발표에 앞서 과징금보다는 영업정지 처벌을 받겠다고 자청하는 업체가 있었을까.

이동통신업체보다는 오히려 단말기 제조사들과 휴대전화 대리점이 날벼락을 맞은 상황이다.

정통부는 어느 정도 소비자의 불편이 예상되지만 법규를 어긴 업체를 중징계하는 차원에서 영업정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처벌받는 당사자가 솜방망이 정도로 여기는 것을 보면 조치가 적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영업정지 처벌의 효과가 예상과 다르다면 정통부는 소비자의 불편을 없애고 법규를 어긴 기업에 실질적인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김태한 경제부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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