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토론회' 성황리 마쳐

  • 입력 2004년 6월 2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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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3시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연금 대토론회'. 이날 토론회에선 당초 예정된 100분을 훌쩍 넘겨 140여분동안 열띤 논쟁이 오갔다. -동아닷컴-
1일 오후 3시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연금 대토론회'. 이날 토론회에선 당초 예정된 100분을 훌쩍 넘겨 140여분동안 열띤 논쟁이 오갔다. -동아닷컴-


동아닷컴이 주최한 '네티즌 vs 국민연금관리공단, 국민연금 대토론회’가 1일 네티즌과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성황리에 끝났다.

당초 예정됐던 100분의 토론시간을 훌쩍 넘겨 140분 가량 진행된 이 날 토론회에서는 네티즌과 공단 관계자들이 여러 쟁점들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네티즌측은 “노후 보장의 명목으로 국민들에게 강제로 돈을 걷는 현행 연금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공단측은 “개선은 할 수 있지만 제도 자체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섰다.

◆ 토론회 녹화 동영상 서비스 보기

양측은 강제·불공평 징수, 인터넷 상의 피해 사례 등에 대해서도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열기를 더해가던 토론은 중반 한 때 연금제도가 '필요한 제도'라는데에는 의견을 같이 하고 '폐지가 아닌 개선'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 했다.

공단측 대표 강금주 공단 가입자관리실장, 박찬형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과장, 노인철 국민연금연구센터 소장과 네티즌측 대표 최원 변호사, 김선택 납세자연맹회장, 안티연금 운영자 박승홍씨.(왼쪽부터) -동아닷컴-



그러나 토론이 막판으로 치달으며 토론이 다시 격렬해지면서 네티즌측 패널 3명중 2명이 결국 '개선보다는 폐지해야 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자 공단측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네티즌의 관심도 뜨거웠다.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동아닷컴 개설 토론장과 관련기사 의견쓰기에는 500여건의 의견이 올라왔고, 동영상 생중계창에 마련된 게시판엔 2시간만에 무려 7600여건의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대다수의 국민이 싫다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해서는 안된다”(ryu0) “당장 손에 쥘 수 없다는 아쉬움으로 너무 폐지만을 강요하는 건 아닌가”(chi111222) 등 여러 의견을 남겼다.

또 “당장 폐지하자”“존폐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의견도 상당수였다.

방청객으로 참석한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이 의견을 내놓고 있다. -동아닷컴-
토론회를 지켜본 방청객들도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놨다.

“네티즌이 아닌 시티즌의 자격으로 참석했다”는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58)은 “네티즌은 공격 대신 대안을, 정부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양쪽을 싸잡아 비판했다.

설비업에 종사한다는 배도열씨(54·성남시)는 “공단측 답변이 흡족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연금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면서 “저는 비록 긴장 때문에 질문은 못했지만 다른 네티즌들의 활발한 의견개진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 날 토론회는 방송 신문등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KBS, MBC, 한국경제등이 취재에 나섰고 신문협회 관계자도 방청객으로 참여해 토론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등이 방청객으로 참관했다.

사회를 맡았던 이필상 교수(고려대 경영학과)는 "여러 문제점과 불신 때문에 폐지하자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다면 폐지론은 저절로 들어갈 것"이라면서 "사회보장제도의 필요성 측면에서 본다면 백지상태에서 국민의 뜻을 반영해 제도를 고쳐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현 동아닷컴기자 hkim@donga.com

'국민연금 대토론' 말…말…말

‘국민연금 대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한 네티즌 대표와 연금공단 관계자들은 구체적이고 때론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열띤 공방을 벌였다. 토론회 전반부에는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말을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중반이후 토론이 점점 열기 속에 휩싸이며 재미있는 표현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국민에게 고통 주는 제도”=네티즌측은 국민연금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존재자체를 부정하진 않지만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제도이니, 기본부터 뜯어고쳐 완전히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금공단측은 “뭐가 고통인가? 연금을 낸 것 보다 많이 주는데 이해가 안된다. 개인에게 노후를 준비하라면 근시안적으로 현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부분 안한다. 그래서 정부에서 대신 해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돈 없어 못 내면 자식에게 손 벌려라”=네티즌측은 저소득층의 보험료 책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월 22만원을 버는 사람이 당장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1만5400원이나 되는 보험료를 낼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공단측은 “한달에 22만원을 버는 사람이 농어촌에 조금 있는데 이 분들은 농특세에서 보험료의 절반을 국고로 지원한다. 그리고 자식에게 충분히 손 벌릴 수 있다. 그건 효도연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부모님을 위해 자식이 대신 내주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직원들에게 인센티브”=연금공단이 가입자의 소득을 많이 찾아내거나 체납자에게 보험료를 징수하는 직원들에게 추가 상여금을 지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럴 경우 직원들이 상여금을 받기 위해 보험료를 과다징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공단측은 “직원들의 일손이 부족해 외부 사람을 쓰는 입장이다. 이들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소득을 많이 찾으면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국민연금 때문에 민족이 분열된다“=박승홍(국민연금반대운동본부 운영자)씨는 토론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국민연금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 허리 사이즈가 28인치인데 어머니가 50인치 바지를 사왔다면 옷을 줄이거나 불가능하면 바꿔야지, 그동안의 손실이 아깝다고 끌고 가면 안된다. 주식에서도 손절매가 있는 법이다. 또 과장된 표현 같지만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과 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민족이 분열된다.”

“하루 평균 130명의 가장이 집을 가출하는데 그 이유가 다 돈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그동안 낸 연금을 돌려받으면 가정파괴를 막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폐지해야 한다.”

그러나 공단측은 “문제가 있는 부분은 개선하겠으나 절대로 포기는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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