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표펀드 ‘마젤란’ 초라한 성적… 빛바랜 명성

  • 입력 2004년 5월 31일 17시 41분


‘수익이 안 나오니 과거의 명성도 옛말?’

미국의 대표 펀드로 이름을 날린 피델리티 마젤란 펀드가 최근 수익률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마젤란 펀드는 미국 최대의 뮤추얼 펀드회사인 피델리티자산운용의 대표 펀드.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운용하던 1977년부터 1990년까지 2703%의 수익률을 냈다. 현재 굴리는 자산 규모만 650억달러에 이른다.

마젤란 펀드를 운용해온 로버트 스탄스키 펀드매니저(48)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간 보고서에서 “작년은 정말 힘든 한 해였다”고 고백했다.

펀드평가업체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마젤란 펀드는 스탄스키씨가 운용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71%의 수익률을 냈다. S&P500의 85%를 밑도는 수치다. 이 펀드는 최근 3년 중 2년간 S&P500지수나 유사 펀드의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했고 올해도 약간 뒤처져 있다.

스탄스키씨는 작년 씨티그룹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일렉트릭 같은 대형주를 편입했다. 그는 “린치 시대 이후 마젤란 펀드의 성격이 변했다”며 “과거처럼 중소형주에 투자해서 돈을 벌기에는 마젤란 펀드의 규모가 너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펀드가 S&P500지수를 쫓아가는 경향을 보이면서 “인덱스 펀드와 다를 게 뭐냐”는 시장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중소형주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마젤란 펀드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게다가 경쟁 펀드들이 비중을 높였던 인텔이나 시스코 등 정보기술(IT), 기술주도 상승세에 동참했다. 스탄스키씨는 이에 대해 “기술주 거품 붕괴에 쓴맛을 본 투자자들이 그렇게 빨리 이 시장으로 되돌아올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런 부진 탓에 반세기 이상 미국 최고 규모의 펀드로 명성을 날리던 마젤란 펀드는 최근 4년 동안 경쟁자인 뱅가드 그룹 등에 그 자리를 내주며 6위로 밀려난 상태.

투자자들도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1999년 이후 올해 4월까지 150억달러의 돈을 마젤란 펀드에서 빼내갔다. 월가(街)는 마젤란 펀드의 수익률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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