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정책은…"非자회사 지분완화 검토" 관대

  • 입력 2004년 5월 26일 18시 44분


대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순위 기준으로 국내 1, 2위 그룹인 삼성과 LG에 대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26일 공정위와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재정경제부와의 협의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공정거래법 개정안 가운데 ‘지주회사의 자회사 외 다른 회사 주식 보유 5% 한도 조항(5%룰)’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주회사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한 이 조항의 규제를 받는 대표적인 지주회사는 드림위즈(10%) 등 여러 비(非)자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LG다.

이 때문에 LG그룹은 공정위 당국자들을 만나 ‘5%룰’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고 공정위가 이 같은 요청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

개정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전환 기업에 대해서는 지주회사는 물론 자회사 전체를 출자총액 규제에서 빼주도록 하고 있어 LG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과 함께 출자총액 규제에서 졸업하게 된다.

반면 공정위는 삼성그룹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허용범위 축소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 조항이 시행되면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삼성은 여러 차례 공정위 당국자를 만나 “삼성전자가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며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축소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금융계열사가 비금융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공정위가 재경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삼성의 입장을 고려한 것은 아니었다는 후문이다.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이 27일부터 시작하는 그룹 총수 연쇄 회담의 첫 상대로 구본무(具本茂) LG 회장을 선택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런 기류가 재계 1위인 삼성을 보는 ‘공정위의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특정 그룹에 대해 어떤 형태의 편견도 없으며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우연의 일치”라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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