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5월 21일 18시 4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검찰은 100억원이 넘는 불법 자금을 제공한 삼성 LG 현대차 SK 등 주요그룹 총수들을 불입건 처리하고 자금을 전달한 실무자들만 처벌했다. 이번 수사에서 재벌 오너 가운데 처벌된 인사는 조양호(趙亮鎬) 한진그룹 회장뿐이다. 회장급으로는 손길승(孫吉丞) 전 SK 회장이 포함된다.
기업 총수들을 처벌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검찰은 “실무자들이 사전이나 사후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데다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심증’만으로 처벌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석연찮은 면이 없지 않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이나 기업주의 회사 돈 횡령 등 기업의 본질적인 비리에 대해서도 본격 수사를 벌이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 역시 유야무야됐다. 불법 정치자금 수사 과정에서 부산물로 드러난 것 외에는 더 이상 수사를 진척시키지 않은 것. 나아가 기업에 대한 검찰의 관용이 정경유착, 비자금 운용, 횡령 등 잘못된 관행을 유지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1996년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비자금 사건 당시 재벌 기업 총수 7명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되기까지 했지만 낡은 관행은 근절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번 수사의 목표가 ‘정치권의 불법 자금 수수 관행을 바로잡아 깨끗한 정치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강조했다.
특히 증거자료가 미약한 상태에서 돈을 건넨 기업인들의 협조가 절실했기 때문에 “협조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선처하겠다”는 게 수사 초기부터 일관된 원칙이었다는 것.
또 기업수사의 장기화가 가져올 투자 및 기업활동 위축, 이로 인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충분히 고려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인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기업에 대한 방대한 수사로 경제계 전반이 심각한 피해를 봤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