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銀 1분기수익 작년의 35배 ‘은행주 상승세 탈까’

  • 입력 2004년 4월 26일 18시 12분


“기술주에서 시작된 ‘불길’이 은행주로 옮아갈까?”

올해 1·4분기(1∼3월) 실적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주식 시장에서 은행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술주의 뒤를 이어 은행주가 빛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내수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은행들이 올해 들어 비교적 견실한 실적을 내놓은 점이 은행주가 주목을 받는 주된 이유. 최근 외국인들이 은행주에 대한 ‘입질’을 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분석된다.

▽실적과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재료=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의 올해 1·4분기 당기 순이익이 1조746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5배가 늘어난 수치. 떼일 것에 대비해 미리 쌓아둔 신용카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

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1·4분기 당기순이익이 사상 최대 규모인 2018억원에 이르렀다. 국민은행도 3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순이익 1691억원)를 냈다.

외국인들도 달라진 은행주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주 외국인들은 거래소시장에서 43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중 은행업종 순매수 규모(1740억원)가 가장 컸다.

LG투자증권 백동호 기업분석팀 연구위원은 “은행들의 실적추세가 지난해 4·4분기(10∼12월)에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은행업종 주가는 내수경기 회복 속도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종목별 대응이 유리=5월 이후 실적 시즌이 사라진 ‘힘의 공백기’에 투자 대안으로 은행주에 대한 추천이 잇따르고 있다.

동원증권 김세중 선임연구원은 “5월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대만 투자비중 상향 조정 등이 이뤄질 경우 외국인 자금의 국내 유입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 등 내수주가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도 “은행주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고 내수회복으로 인한 실적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에 기술주에 이어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며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무리한 추격 매수보다 신중한 종목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LG증권은 국민은행에 대해 “수익성 개선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지만 주가 상승은 3·4분기(7∼9월) 이후에 더 클 것”이라며 ‘매수의견’을 유지했다.

대신증권은 국민은행의 적정가를 4만원에서 5만2000원으로 올려 잡았지만 “현 주가가 적정 수준에 근접해 있는 데다 가계 및 중소기업대출 등의 문제로 수익구조 정상화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수익률’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하나은행에 대해서는 LG증권, 미래에셋증권, JP모건, 다이와증권 등이 매수의견을 내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동원증권 이준재 수석연구원은 “은행업종의 실적 호전 속도와 폭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실적 개선이 뚜렷하고 저평가된 종목 중심의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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