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人事청탁 안통한다…투명한 평가-보상 강조

  • 입력 2004년 2월 12일 18시 54분


‘인사(人事)가 바로 서야 금융이 산다.’

이른바 관치금융은 인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옛 재무부 출신들을 일컫는 모피아(mofia)라는 말도 끼리끼리 봐주는 인사행태에서 나온 것이다.

새해 들어 금융계 인사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은행장들이 잇따라 인사 청탁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최동수(崔東洙) 조흥은행장은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 직원 단합대회에서 ‘공정한 선진 인사’와 ‘공평한 성과 보상’을 강조했다. 외부의 인사 청탁이나 내부의 정실(情實)에 따라 실력이 없는 인물이 요직에 가는 일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지난달 말 인사에서 외부 청탁 6건이 들어왔으나 대상자들이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후선에 배치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이 2일 단행한 인사에선 예전처럼 윗선에 줄을 댔던 일부 직원들이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력 감축에 따라 지점장도 못해 보고 옷을 벗는 동료가 수두룩하고 직원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 체제가 도입된 마당에 인사 청탁이 통한다고 알려지면 은행장이 직원들을 통솔할 수가 없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은행장들은 또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와 보상을 내세우고 있다. 최 행장은 “탁월한 성과를 올리면 금전적인 보상과 함께 인사에서 우대를 하지만 성과가 부진하면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조흥은행은 앞으로 인사고과 결과를 직원 개개인에게 통보하고 2004년 은행이 2000억원의 흑자를 내면 전 직원에게 200%의 보너스를 주기로 약속했다.

국민은행은 지난주 부서장 인사에서 업적뿐만 아니라 ‘윤리성’이라는 새로운 평가 기준을 도입해 발령을 냈다. 일반 직원들은 다음 인사 때부터 윤리성 평가를 받는다.

금융 관련 기관 및 단체장 인선에도 현장 경험과 젊음이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다.

주택금융공사 사장에 재정경제부 출신의 김우석(金宇錫) 신용평가위원회 위원장을 제치고 금융 현장을 지켜온 정홍식(鄭弘植) 전 KB부동산신탁사장이 임명됐다. 또 50대 초반의 황건호(黃健豪) 전 메리츠증권 사장이 증권업협회장에 선출된 것도 새로운 변화로 꼽힌다.

공모를 통한 요직 인선도 유행이다. 기업은행이 신임 행장을 공모하고 있고, 금융감독원도 공석이 된 감사를 공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관치금융의 잘못된 관행이 이번 기회에 얼마나 시정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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