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기관 추가 합병땐 경쟁력 저하”

  • 입력 2004년 2월 11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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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은행과 생명보험 산업의 ‘집중도’가 선진국에 비해 높아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계속되면 경쟁 저하와 금융체제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고 한국은행이 경고했다.

한은이 11일 발표한 ‘금융산업 집중도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부문의 ‘허쉬만-허핀달 지수(HHI)’는 지난 9월말 현재 1291로 미국의 287, 일본의 700, 영국의 437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HHI는 시장에서 특정 산업이 갖는 독점 또는 경쟁 상태를 보여주는 척도로 개별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제곱한 뒤 합산한 것. 1800 이상이면 ‘집중 상태’, 1000 이상∼1800 미만이면 ‘다소 집중 상태’, 1000 미만이면 ‘경쟁 상태’로 분류된다.

한국의 은행 부문 HHI는 1997년 569 수준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은행의 퇴출과 합병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98년 628, 2000년 822, 2002년 1185로 계속 상승했다.

또 생명보험 부문의 HHI는 한국이 2642로 ‘집중 상태’였다. 미국은 364, 일본은 1116, 영국은 665에 그쳤다. 이는 삼성 대한 교보 등 ‘빅3 생보사’가 시장을 석권하는 과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금융 산업이 소수의 업체에 과도하게 집중되면 자원 배분이 왜곡되고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특정 금융기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금융체제 전반으로 불안이 파급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경고했다.

한은 안정분석팀 김인구(金仁九) 과장은 “현재의 높은 집중도를 고려할 때 한국 금융기관의 대형화는 동종업종 내에서의 인수합병보다는 은행 보험 증권 등 다양한 업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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