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계동시대 막 내린다

  • 입력 2004년 1월 7일 15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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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경영전략팀이 이달 중 서울 적선동 현대상선 사옥으로 옮겨가면서 현대그룹의 20년 계동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됐다.

67년 무교동에서 설립된 현대는 83년 옛 휘문고 자리를 매입, 계동 사옥에 터를 잡았다. 건설, 자동차, 중공업 등 주력 계열사들이 잇달아 계동사옥으로 옮겨오면서 계동 시대를 열었다.

90년대 후반에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이 모두 계동 사옥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 '왕자의 난' 이후 계열 분리된 현대차 그룹이 양재동 사옥으로 이사하고 계동에 남은 건설과 모비스도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계동사옥은 상징성을 잃었다. 계동사옥 소유주인 현대자동차는 2002년 8월에 사옥 앞의 '현대(現代)' 상징석도 치웠다.

사옥 12층에 집무실이 있던 정몽헌 회장이 지난해 8월 집무실에서 투신자살한 뒤 현정은(玄貞恩)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이 그룹을 상선 중심으로 재정비하기로 함에 따라 그룹 중심이 계동에서 적선동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일부 임원들은 정통성 계승 차원에서 계동으로 들어갈 것을 건의했지만 현 회장은 남편의 비극이 깃든 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다는 후문. 이제 계동에는 그룹 계열사 중 아산만 남게 된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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