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강윤관/'아시아 공동인증제'를 위하여

  • 입력 2003년 12월 30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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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관
기술이 생산과 수출에 연결될 때 문제되는 것이 규격 표준화, 그리고 안전이며 이는 인증제도로 결집된다. 유럽과 북미가 선도하는 경제블록은 각각의 인증제를 갖고 있고 이는 기술 장벽으로 작용한다. 비관세장벽 중에서도 기술 장벽은 명분이 있고 분야별로 제각각의 기술이 농축된, 극히 세련된 것이기 때문에 단번에 이해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는 문제다.

근년 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규격이 세계무역의 80%에 영향을 미치며, 유럽연합(EU) 지역에 수출하고자 할 경우 50%는 인증마크를 획득해야만 가능하다는 통계가 있다. 세계 전기전자제품 생산의 약 50%, 교역량의 3분의 2를 점하는 동북아시아 각국은 구미의 주도로 흘러가는 이러한 국제적 인증규범에 대해 사실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2000년 결성된 아시아 인증기관협의회(ANF)는 이런 분위기에서 자생한 민간주도 기구다. 역내 인증기관 간의 협력 강화를 통해 아시아권 공동 인증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지역의 권익을 보호하고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자는 취지이다. 아울러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나 국제표준화기구(ISO) 등에서 발언권을 강화하자는 의도도 있다.

초창기에는 일본 싱가포르 한국의 인증기관이 주도해 중국과 대만을 끌어들이고자 했지만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중국과 대만은 정부가 주도하는 인증체제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작년 서울에서 열린 제3차 ANF 총회에서부터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11월 베이징에서 제4차 총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은 지금 ANF의 제4위원회 즉, 대륙간 협력위원회의 창설과 의장을 자임하고 나섰다. 정책과 규약을 관장하는 제1위원회를 일본이, 영업과 홍보를 맡은 제2위원회를 싱가포르가, 그리고 시험기술에 관한 제3위원회를 한국이 맡아 운영해 온 데 대한 화답이다. 또한 차기 총회는 그동안 가장 소극적이던 대만이 주최하기로 결정돼 동북아 통합인증의 실현을 눈앞에 두게 됐다. 소수의 기술인들이 지금 쏟고 있는 노력이 훗날 어떤 결실을 맺을까를 생각하면 실로 가슴이 설렌다.

강윤관 산업기술시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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