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야 할인점이야"…日, 중간형태 매장 이토요카도 성업

  • 입력 2003년 12월 7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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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유통업체 이토요카도의 기바점 외관(위)과 식품매장 모습. 이토요카도는 특정 상품을 며칠 동안만 싸게 파는 세일 행사를 자주 연다. 과일 코너에 ‘3일 동안 19엔 균일가’, ‘뉴질랜드산 키위 1개 77엔’ 등 종이가격표가 매달려 있다. 사진제공 신세계
일본의 대표적인 유통업체 이토요카도의 기바점 외관(위)과 식품매장 모습. 이토요카도는 특정 상품을 며칠 동안만 싸게 파는 세일 행사를 자주 연다. 과일 코너에 ‘3일 동안 19엔 균일가’, ‘뉴질랜드산 키위 1개 77엔’ 등 종이가격표가 매달려 있다. 사진제공 신세계
일본 도쿄(東京) 시내에서 지하철을 타고 기바(木場)역에 내려 언덕길을 5분 정도 걸으면 잘 꾸며진 공원이 나온다. 그 너머로 보이는 6층짜리 살구빛 건물이 이토요카도 기바점. 정문을 열고 들어서면 화장품과 잡화 코너가 눈에 띈다. 상품 구성과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를 볼 때 영락없는 백화점이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세제(洗劑), 비누 등 생활용품과 식품매장이 들어서 있다. ‘3일 동안 19엔 균일가’, ‘3개를 사면 1개는 덤’ 등과 같은 종이가격표도 죽 늘어서 있다. 할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신세계 정세원 도쿄사무소장은 “이토요카도는 한국 유통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업태(業態)”라며 “백화점과 할인점의 중간 형태”라고 설명했다. 가격 할인이 없으니 할인점이라고 부를 수 없고, 유명 브랜드 제품을 팔지 않기 때문에 백화점과도 다르다는 것.

‘가격이 비싼데 고객을 끄는 힘은 뭘까.’ 기자의 의문은 한 주부와의 인터뷰에서 쉽게 풀렸다.

“물건을 믿을 수 있잖아요. 특히 비닐 포장된 고등어나 꽁치 같은 생선은 매우 신선할 뿐 아니라 냄새가 나지 않아 편리해요. 여기에 오면 뭐든 다 있는 것도 맘에 들고요.”(사토 하나코·佐藤花子)

저녁 찬거리를 고르던 사토씨는 “물건 값이 싸면 품질은 그만큼 떨어지지 않겠느냐”며 “집 주위에 대형 할인점이 생겨도 계속 이토요카도를 이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테스코 까르푸 월마트 등 외국계 할인점이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1%도 채 되지 않는다.

매장에서 가장 노른자위 위치인 1층 중앙에는 높이 10m짜리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여 있었다. 그 주위로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테이블 10개와 의자 30여개가 있었다. 2층과 3층에도 100여평 규모로 쉴 공간을 넉넉하게 만들어 놓았다.

4층부터 6층까지는 주차장이다. 주차된 승용차간의 공간은 어림잡아 50cm 이상이었다. 초보운전자라도 수월하게 주차할 수 있을 정도.

일본 전역에 190여개 매장을 가진 이토요카도가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1조5276억엔(약 15조3000억원). 유통업계 1위인 이온(1조7012억엔)에 비해 10% 정도 매출은 뒤지지만 경상이익은 492억엔으로 이온(338억엔)보다 45%나 더 많았다.

꾸준한 성장에 힘입어 내년부터는 더욱 공격 경영에 나선다. 매년 10여개씩 매장 수를 늘리고, 기존 점포도 20여개씩 개보수한다는 방침이다.

도쿄=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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