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대출6조' 은행 속앓이…대손충당금 추가적립 불가피

  • 입력 2003년 11월 25일 17시 35분


시중은행들이 수익성 악화 우려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연말까지 LG카드 지원금에 대한 대손(貸損)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LG카드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LG카드에 대한 대출금 2조원에 대한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과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조정하기 위해 연말까지 실사(實査)를 벌이기로 했다. 또 이 문제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협의에도 들어갔다.

채권단 8개 은행 가운데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은 그동안 LG카드에 대한 대출을 ‘정상’으로 분류해왔다. 하지만 최근 사태를 겪으면서 자산건전성 분류 하향 조정과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LG카드에 대한 대출을 ‘요주의’로 분류해왔다. LG카드에 대한 대출이 과거 워크아웃 기업에 적용하던 ‘고정’(부실 위험이 높은 대출)으로 분류되면 충당금을 최소 20% 이상 더 쌓아야 한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63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조2414억원(66.5%)이나 줄었다. 부실대출 비율도 3.3%로 98년 이후 최고치다.

여기에 LG카드 채권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을 경우 손실 폭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25일 현재 8개 채권은행이 갖고 있는 LG카드 관련 대출과 회사채 기업어음(CP) 자산담보부증권(ABS)은 모두 6조3957억원어치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적어도 이번 지원금액에 대해서는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정상’과 ‘고정’의 중간단계인 ‘요주의’(충당금 적립비율 2∼10%)로 조정하길 희망하고 있다.

우리은행 경영기획본부 최병길(崔秉吉) 부행장은 “현재 정상적인 기업에 대한 대출을 일시에 고정이하로 분류하면 채권단의 손실은 물론이고 LG카드도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자금 조달 금리가 올라갈 우려가 있다”며 “실사작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올해 들어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3분의 1 이상을 신용카드 부실을 메우는 데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하나 조흥 한미 제일 등 6개 시중은행과 우리 신한 등 2개 금융지주회사가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신용카드와 관련해 적립한 충당금은 모두 3조9388억원. 이는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인 10조1957억원의 38%에 이르는 금액이다.

대손충당금 외상매출금이나 받을 어음 등 매출채권 중 미회수액으로 남아 있는 금액에서 회수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을 비용처리하기 위해 설정하는 계정.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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