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우왕좌왕…盧 측근비리 폭로전 놓고 자중지란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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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재오 사무총장 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20일 오전 당 상임운영위원회에 참석해 “노무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리를 중심으로 공세를 펴겠다”고 설명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이재오 사무총장 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20일 오전 당 상임운영위원회에 참석해 “노무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리를 중심으로 공세를 펴겠다”고 설명했다. -서영수기자
“당분간 추가 폭로를 자제하겠다.”(홍준표·洪準杓 전략기획위원장)

“우리가 언제 정치공세를 했느냐.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이성헌·李性憲 의원)

20일 오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선 폭로정국 대응 전략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전날(19일) 당 지도부가 내린 폭로 공세 중단 방침에 일부 비대위원들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날 홍 위원장은 폭로 공세의 속도조절론을 강력하게 제기했지만 이재오(李在五) 사무총장 등은 “다음주에도 국회 예결위에서 정책질의를 계속하겠다”며 강경론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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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비대위는 이날 폭로 공세 중단 방침을 뒤집었다. 불과 하루 만이었다. 이 총장은 회의 직후 “오늘부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리 제보를 공개하겠다”며 오히려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이날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리겠다는 호언과는 달리 알맹이 없는 일방적 폭로만 되풀이했다.

이병석(李秉錫)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예결위에서 새로운 사실 공개 없이 기존의 언론 보도를 토대로 강금원(姜錦遠) 창신섬유 회장의 8대 의혹을 거론했고 같은 당 서병수(徐秉洙) 의원은 노 대통령과 강 회장의 골프 회동을 다시 문제 삼았다.

한나라당 예결위원들은 맥 빠진 공세를 계속하다가 청와대 고위 인사들이 대거 불출석한 점을 문제 삼아 “성실한 답변이 없다”며 결국 이날 오후 4시15분 회의장을 집단 퇴장했다.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의 이 같은 난맥상은 장기 비전과 전략 부재(不在) 때문이라는 비판을 당내에서도 받고 있다. 특히 대통령 측근비리 공세에 대한 시각차로 당 지도부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이 나타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일련의 폭로 공세를 통해 노 대통령에 대해 특검법 수용을 압박하는 주도권을 잡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초재선 의원들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무차별 폭로는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근거가 약한 의혹 제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정치권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고 당 지도부의 안이한 상황대응을 비판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설사 특검법 문제가 가닥이 잡히더라도 검찰이 SK 이외의 기업들의 자금 수수내용을 하나씩 공개하기 시작하면 한나라당은 고스란히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당 지도부는 비전을 제시하고 국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중장기 전략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통렬히 지적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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