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원씨 인터뷰 “왜 눈치보며 대통령 만나야하나”

  • 입력 2003년 11월 18일 2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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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원씨
“나는 정권 실세도 아니고, 부통령도 아니다. 왜들 자꾸 그러느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강금원(姜錦遠) 창신섬유 회장은 18일 저녁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다가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민주당 300억원 후원금 증발설’을 언급해 정가를 뒤집어 놓기도 한 그는 통화에서 “주변에서 말을 삼가라고 하지만 나는 비겁하게 피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통화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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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측과의 돈거래 규모가 얼마나 되나.

“(휴 하고 한숨을 내쉰 뒤) 내가 장수천 문제 해결하라고 30억원을 줬다고 한 것은 그동안 이미 다 한 얘기다. 이기명(李基明) 전 후원회장의 용인 땅 거래 대금으로 19억원, 선봉술씨에게 9억5000만원 준 것을 말한 것인데 그와 별도의 돈을 준 것처럼 기사를 쓸 수 있나.”

―그게 전부인가. 또 빌려준 돈은 개인 돈인가, 아니면 회사 돈인가.

“그렇다. 그리고 지난해 대선 때 노 후보측에 20억원을 빌려준 것 말고 그 외에 더 있으면 책임지겠다. 회사 공금도 일부 있지만 갚았다.”

―노 대통령과는 대체 어느 정도 친분이 있나.

“내가 좋아서 연락했다. 누가 중개한 것도 아니고. 그때는 대통령이 되리라 꿈도 안 꿨다. 과거에는 자연인 노무현을 좋아한 것이다. 내가 무슨 실세냐. 인사에 관여했나, 국정을 농단했나, 부정한 청탁을 했나. 측근은 맞지만 실세는 아니다. 나는 정치할 사람도 아니고 그냥 장사꾼이다. 정치에 관심도 없고 노 대통령 재임 중 사업을 불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래도 대통령과 부부동반 골프를 할 정도면 단순한 후원자 이상의 관계 아닌가.

“골프 한 게 뭐 그리 중요한가. 그냥 내가 골프장(충주 시그너스 골프장)을 갖고 있으니 한번 오시라고 한 것이다. 이젠 대통령이 오는 것이 달갑지도 않고 부담스럽다. 대통령은 대통령이고 저는 저다. 300억원 얘기를 대통령한테 들었다고 내가 언제 그랬나. 돈 빌려줄 때 (노 후보쪽 사람들에게) 들은 얘기다.”

―그럼 누구한테 들었나.

“그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데 정치권이 관행이라고 얘기하면 되나. 기업에서 그렇게 하면 가만 놔두느냐. 미리 당겨썼으면 선거법 위반 아닌가. 기업하는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다.”

―최근 다른 인터뷰에서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는데….

“파워게임에 관심 없다. 그 사람들 잘하고 있다던데…”

―‘정권 내의 제1야당 총재가 되겠다’는 발언은 무슨 뜻인가.

“간신처럼 하는 것보다는 국민이 원하는 것을 가감 없이 전하고 싶다는 얘기를 비유적으로 한 것뿐이다. 내가 왜 남의 눈치를 보면서 대통령을 만나야 하느냐.”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오늘 우리 집이 압수수색 당했다. 개망신 당하고 있다. 내가 범죄인도 아니고 참고인인데 이런 식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나.”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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