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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11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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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은행들이 경기침체에 대비한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카드사 현금서비스 한도 폐지 등 규제완화 정책을 무리하게 펼친 결과라고 반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올 9월 말까지 8개 시중은행의 세전 순이익이 5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1년 3조3914억원, 2002년 2조8982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은행이 위험관리를 제대로 못했다=올해 은행의 영업여건은 보험, 증권, 카드부문에 비해 훨씬 좋은 편이었다. 방카쉬랑스와 수익증권 판매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전(前)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하지만 번 돈의 대부분이 가계대출과 카드자산의 부실 해소에 들어가면서 순이익은 1조원 미만으로 오그라들게 됐다. 은행들이 올 상반기에 쌓은 대손충당금 적립액만 5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이정재(李晶載)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국내 은행들이 경기 호황기에 리스크를 과소평가하여 대출을 무리하게 늘렸다가, 경기 침체기를 맞아 부실자산 급증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은행의 위험관리 부재를 비판했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사도 “한국의 은행들이 위험을 예측하여 자산 구성을 조정하는 여신 위험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금융감독 정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의 부행장은 “금융감독 정책이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채 급격하게 변화한 점이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현금서비스 한도(70만원)가 폐지되면서 신용불량자 양산과 카드부문 부실로 이어진 게 감독정책 실패의 대표적 사례라는 것.
최영일(崔榮一) S&P 애널리스트는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이 제고된다면 금융산업의 위험도가 감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감독 정책이 정부의 경기부양이라는 정치적 이익에 의해 왜곡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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