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고용 中企 ‘3重苦’ 시달린다…불법체류 등록의 그림자

경기 화성시 B엔지니어링의 최모 전무(52)는 6일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위해 인천 남동구 구월동 경인종합고용안정센터를 찾았다.

채용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15명 중 8명이 국내 체류 3∼4년으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합법화 조치’에 따라 15일 이후 일단 출국해야 하는 처지라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외국인을 구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의 ‘몸값’이 너무 뛰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 회사는 시간외근무수당을 합쳐 한 달에 110여만원이면 외국인을 쓸 수 있었으나 이날 고용안정센터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월 140만∼150만원을 요구했다. 그나마 당장 생산라인에 투입할 수 있는 숙련공도 없었다.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합법체류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뜻하지 않게 중소기업들이 3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합법체류가 가능한 근로자들은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고, 아예 합법체류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일단 출국했다가 다시 들어와야 하는 근로자들이 직장을 떠나거나 잠적하면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숙련공을 채용하는 경우 생산성이 떨어져 문제다.

▽치솟는 임금=9일 법무부와 노동부에 따르면 15일까지 자진 출국해야 하는 불법 체류자는 약 12만명.

올 3월 말 현재 국내에 4년 이상 머물러 구제받을 수 없는 7만여명과 구제대상 중 신청을 포기한 3만7000여명, 올 4월 이후 새로 발생한 불법 체류자 및 밀입국자 1만여명 등이다.

반면 미취업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일단 구제신청을 해놓고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연근해어업 농축산업 등 취업이 허용되는 업종의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사람은 880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같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다 이런 사정을 안 외국인 근로자들이 서로 정보 교환을 통해 몸값을 올려 최근 몇 주 사이 임금이 20∼30% 치솟았다.

▽인력난에 브로커 활개=7명의 외국인 근로자 중 4명을 내보내야 하는 인천 남동공단 C기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평소 거래하던 알선업체를 통해 외국인 숙련공을 물색했지만 이전보다 월 20만원 이상 많은 임금을 요구했다.

이 회사 이모 사장(65)은 “일이 힘들다며 내국인은 오지 않고 외국인 임금은 높아져 기업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동부 외국인고용대책단 관계자는 “최근 어수선한 틈을 타 인력 알선 브로커들이 웃돈을 요구하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고용안정센터를 찾으면 브로커를 통하는 것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인력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업종도 인력난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

10여명의 종업원 중 6명을 중국 교포로 채웠던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갈비집은 지난주 이들 6명이 모두 지방으로 잠적하는 바람에 골치가 아프다.

▽생산성 저하도 문제=의사소통이 되고 일도 척척 해내는 숙련공을 보내고 ‘초짜’를 고용해야 할 처지에 놓인 사업주로서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도 큰 걱정거리다.

B엔지니어링 최 전무는 “생산성 저하를 막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할 판”이라며 “‘한국에서 사업 못해먹겠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최현모 사무국장은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는 내년 8월까지 중소업체들이 겪게 될 인력난과 또다시 발생할 게 뻔한 불법 체류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B엔지니어링의 외국인 근로자 임금 변화(초임 기준, 단위:만원)
구분	기본급	수당	시간외근무수당	총액
외국인(10월 31일 이전)	70	10	20∼30	100∼110
외국인(11월 이후)	90∼100	10	30∼40	130∼150
내국인	60	10	15∼20	85∼90
외국인 근로자는 퇴직금, 상여금이 없어 기본급이 높음. 시간외근무수당은 기본급 기준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많음. 외국인의 오른 임금을 적용해 실질임금을 계산하더라도 내국인이 10~15%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