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건설사대표등 300억대 동원 ‘시세조작’

  • 입력 2003년 11월 3일 18시 38분


국세청이 3일 발표한 ‘주택시장안정 종합 세무대책’은 부동산 투기에 대해 세정(稅政) 당국이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사용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서울 강남권 투기혐의자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추가 세무조사계획까지 밝힌 데서 이를 읽을 수 있다.

국세청은 이번에 적발된 강남권 투기혐의자에 대해서는 이달 13일까지 자금출처 조사를 마무리하고 세금추징과 검찰고발, 자격정지, 벌금부과 등을 할 계획이다.

▽전문 투기세력=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한모씨(50·여)는 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전문 투기꾼인 이모씨(52)와 박모씨(35)를 각각 감사와 이사로 앉힌 뒤 부동산중개업소 3개를 운영했다. 이들은 건설회사 대표인 한모씨(67)와 부동산 임대사업자인 이모씨(63·여) 등을 ‘돈줄’로 끌어들여 200억∼30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자금을 조성했다.

서울시가 국세청에 분양가 정보를 통보한 시행사 및 건설회사
시기시행사 및 건설회사
2002년
5월·방배2-3지구 재건축조합, 현대건설
8월·현대아파트리모델링, 한국토지신탁, 대림산업
9월·정진연립재건축조합, 흥화공업·서미트캠프, 이수건설
11월·현대건설·서초연합재건축조합, 대림산업
2003년
4월·도곡1동1차아파트재건축조합, 현대건설 LG건설 쌍용건설
5월·신당동동화주택재건축조합, 대우건설·동교주택재건축조합, 삼호·공덕3구역주택재개발조합, 삼성물산·롯데빌리지재건축조합, 도시와 사람, 건설알포메
7월 ·서초그린연립재건축조합, 현대건설·현대빌라1, 2재건축조합, 포스코건설
8월·염리연립재건축조합, 세양건설산업·디케이건설, 대림산업
9월·성근하우징, 극동건설·청솔피에치건설, 이수건설·동아연립재건축조합, 한화건설·삼우·남서울재건축조합, 삼호
10월·정은건설·영동아파트3단지재건축조합, 대우건설·삼익아파트재건축주택조합, 롯데건설
자료:서울시 주택국

이들의 주요 공략대상은 고가(高價) 아파트의 대명사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 16가구(171억원)와 아카데미스위트 미분양분 80가구(51억원) 등 모두 96가구(222억원)를 매입한 뒤 한 가구씩 파는 수법으로 물량을 조절해 가격을 끌어올렸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은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남기고도 양도소득세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개인 투기사례=대학교수와 의사 등 사회지도층이 증여를 통해 재산을 불리면서 증여세를 탈루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대학교수 나모씨(38)는 부친과 부인 이모씨(33)에게서 2000년 4월부터 8억200만원을 받아 용산구 이촌동의 32평형 아파트(3억7000만원)와 압구정동 54평형 아파트(9억원)를 취득해 3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분양권 ‘싹쓸이’ 매집=강남권 외에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로 알려진 대전 등 충청권에서 아파트 분양권을 대량 매입한 투기세력도 적발됐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 사는 서모씨(46·여)는 부동산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면서 작년 9월 서구에 있는 재건축아파트 분양권 142개를 7억5000만원에 매입한 뒤 부동산업소와 실입주자에게 14억원에 팔면서 양도세를 탈루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1순위 청약통장을 대거 매집한 뒤 대구에 위장으로 전입해 분양권을 당첨받고 전매하는 속칭 ‘점프통장’의 사례도 확인됐다.

▽종합 세무대책 내용=국세청은 3일 오전 수도권의 부동산 매매법인 5곳에 대한 ‘기획조사’에 착수했다. 또 △2∼6월 강남권의 아파트 분양권 양도자 600여명 △수도권 중개업소 150여개 △고가(高價) 분양 건설회사와 분양대행사 등에 대해 이달 중 세무조사에 들어간다.

특히 건설회사는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 인하 권고를 무시한 업체가 세무조사 대상으로 우선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국세청은 또 부동산투기대책반(490개·986명)을 가동해 11∼12월 분양 예정인 주상복합아파트 45개 단지와 일반아파트 50개 단지를 대상으로 현장 단속을 한다.

5∼6월 강남권 아파트 양도자 및 1∼6월 실거래가 6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 양도자 가운데 세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정밀 분석을 벌인다.

이밖에 △주택거래신고제에 따라 신고 즉시 실거래가 여부를 검증하고 △주택담보대출 규정보다 과다하게 돈을 빌린 사례를 금융감독위원회에 통보하며 △부동산 투기혐의자에 대해서도 금융기관에 거래정보 등을 일괄 조회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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