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2064社 조사]中企 "물건 안팔려 자금난 심각"

  • 입력 2003년 10월 29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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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품 제조회사인 ‘김정문 알로에’의 김정문 회장(77)은 올 7월 초부터 서울 송파구 가락동 본사에 출근해 하루 종일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소비심리와 내수위축이 영업실적 악화로 이어지면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월 매출은 7월부터 그 이전의 90%대로 떨어졌다.

건강식품은 소득이 줄면 소비가 곧바로 줄어드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고비는 넘겼다고 보지만 연말까지는 전 직원이 마음을 다잡고 버텨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의 정치자금 시비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가운데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내수 위축이 자금압박 주 원인=기업은행이 2064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9월 현재 전달보다 자금사정이 어렵다고 대답한 업체의 비율은 31%로 5개월째 30%를 넘었다.

신용보증기금이 8월 고객 업체 1536개를 상대로 경영상 애로요인을 물은 결과 내수부진이 46.9%, 대금 회수난이 33.7%로 많았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해 말 33조9000억원에서 9월 말 38조200억원, 27일 현재 38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기업은행 이연준 과장은 “물건이 안 팔려 자금 사정이 나빠지자 은행에 운영자금을 빌리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9월 중소기업 생산지수와 설비투자 실시업체 비율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1.4%와 2.5%포인트 줄었다고 기업은행은 밝혔다.

▽신용은 떨어지고 보증사고도 늘어난다=금속 제조 업종의 중소기업 A사는 2001년 신용등급이 B―였지만 판로가 막히고 생산이 줄어들면서 2002년에는 CCC―로 추락했다.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중소기업 신용도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

신용보증기금이 2000년 이후 거래 기업의 신용등급을 분석한 결과 자체 평가 신용등급이 BBB― 이상으로 투자등급인 기업 비중은 2000년 68.8%에서 2003년 7월 현재는 15.9%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BB+ 이하 투기등급 기업은 31.2%에서 84.1%로 비중이 크게 늘었다.

기금이 보증을 섰다가 부실이 발생한 경우는 2001년 4395건, 2002년 5604건이었고 2003년에는 7월까지만 5540건이었다.

중소기업 자금사정 동향
3456789
자금 원활업체 비중6.15.95.25.54.15.44.8
자금 곤란업체 비중23.324.331.935.633.234.731.0
자금원활업체는 전달보다 자금사정이 나아졌다고 답한 기업, 자금곤란업체는 전달보다 자금사정이 나빠졌다고 답한 기업. - 자료: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거래 중소기업의 신용등급별 비중 추이
연도2000200120022003.7
투자등급(%)68.852.420.715.9
투기등급(%)31.247.679.384.1
투자등급은 자체 산정 신용등급이 BBB- 이상인 기업, 투기등급은 BB+ 이하 기업. - 자료:신용보증기금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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