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회장 175만주 매입 배경]현대車-다임러 지분경쟁 시동?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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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 회장이 28일 84만주를 주식시장에서 사들이며 지분을 5.2% 끌어올렸다. 전날 91만주를 사들인데 이어 하루만에 다시 지분율을 높인것. 이틀동안 투자한 금액만도 600억원을 크게 웃돌 전망. 이에따라 정회장과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현대차에 대한 지분확보 경쟁에 나섰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신경전이 갈수록 고조돼 제휴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분 경쟁에 돌입했나?=현대차는 2000년 6월 다임러와 전략적 제휴를 하면서 “다임러측이 우선적으로 지분 10.46%를 인수하되 2003년 9월부터는 협의 없이 장중에서 5%의 지분을 추가로 살 수 있다”는 데 합의했다.

28일 현재 정 회장의 우호지분은 23.74%. 동양증권 강상민 애널리스트는 “다임러가 추가매입 권리를 행사해 5%를 사들이면 현대모비스(13.21%)를 제치고 최대주주(15.5%)가 되며 우호 투자펀드와 연계한다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우호지분만으로는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것.

다만, 다임러가 실제로 5%를 더 사들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삼성증권은 “현대차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작년 말 19.2%로 세계 자동차업계의 최고 수준인 만큼 투자를 늘려 경영에도 일부 참여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다임러가 경영에 참여하면 현대차가 현대카드나 모비스 등 계열사를 지원하는 행위도 사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증권은 “다임러가 투자한 미쓰비시와 크라이슬러의 경영이 어려워 4000억∼5000억원을 신규 투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꿈틀거리는 불화설=현대차와 다임러의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베이징현대차와 합작관계인 베이징자동차가 다임러크라이슬러 산하의 벤츠와 합작사를 설립키로 해 현대차의 심기를 건드렸다. 또 9월 이후 현대차의 미국판매법인(HMA)의 고위 경영진이 대거 다임러크라이슬러 산하의 미쓰비시 북미법인으로 이동했다.

여기에다 현대차와 다임러의 전주 상용차 합작회사의 설립도 이유 없이 지연되자 “다임러가 중국에 합작회사를 설립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다임러나 현대차는 모두 제휴 관계를 흔들어 이익이 될 것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상용차 합작이 결렬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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